'마이너스의 손' vs '미다스의 손'...손정의와 소프트뱅크는 어디로?

2024-02-12 18:10
ARM 지분 절대 다수 차지한 소프트뱅크도 덩달아 주가 상승
AI 산업 중요성 수차례 강조
ARM 고평가되었다는 의견도 존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2020년 이후 투자 실패를 거듭하던 손 회장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흑자를 보면서다.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받던 손 회장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의 주가 급등 소식을 연달아 전하며 손 회장의 경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ARM의 성공은 손 회장에게 용기를 줬다"고 전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RM의 주가 급등을 '반전의 한 수'라고 표현했다. 연이은 투자 실패로 명성에 금이 간 손 회장이지만, 여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ARM의 작년 4분기(10~12월)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다. ARM은 지난 7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8억24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약 7억803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동시에 ARM 사상 최대 매출이다. 아울러 올해 1분기(1~3월)에 8억5000만~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ARM의 주가는 이날 48% 뛰었고, 연초 대비 67% 급등했다. 

ARM의 주가 급등에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가도 11% 넘게 올랐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은 ARM의 지분을 90%가량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ARM 실적 호조에 힘입어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소프트뱅크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순이익 9500억엔으로, 전년 동기(7830억엔) 대비 크게 개선됐다. 

소프트뱅크의 호실적을 이끈 것은 손 회장의 미래를 본 안목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AI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관련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후 "AI가 향후 10년 안에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AI 분야의 잠재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ARM 역시 AI 산업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설계가 늘어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손 회장을 향한 불신도 일부 덜어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5일 미국 유전자 검사 회사 인바이테가 파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프트뱅크 투자 행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던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1년 인바이테에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을 투자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번 ARM의 호실적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는 아직까지 손 회장의 투자 행보에 의심을 보내는 시선이 많다. 진정한 '미다스의 손'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애널리스트 커크 부드리는 "손 회장의 장점은 확신이 있을 때 투자로 옮길 수 있는 의지가 있고, 큰돈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ARM의 과대평가 가능성을 우려했다. 독립 애널리스트 빅터 갈리아노는 "소프트뱅크는 ARM의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ARM은 아직 엔비디아 수준으로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