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승리 대비 컨티전시 플랜 마련"

2024-02-09 07:53
고욜 관세 등 강압적 조치 우려

지난 1월 1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처음 열린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시나리오에 기반해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 고위 관리는 EU 회원국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더욱 공격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고율 관세를 포함한  EU를 겨냥한 강압적인 조치가 대거 취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하는 것이 EU 회원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성공할 경우 평균 3%대인 미국 관세율을 10%까지 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해 중국은 물론이고 EU에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유럽 디지털 서비스세에는 무역법 301조 발동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중국의 불법 보조금을 문제 삼아 301조 발동을 통해 광범위한 품목의 중국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고율 관세 대부분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두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앞서며 EU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1월 블룸버그뉴스가 모닝컨설트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개의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평균 6%포인트 앞섰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 측과 친분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텍사스와 워싱턴을 찾아 공화당 의원들을 만났다.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해 이뤄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유럽은 트럼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비하지 않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우려 요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유화적인 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유럽과 관계가 회복된 점 등으로 인해 EU 지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선호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원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분열’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현 대통령이 재선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