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회수 쉽지 않네"... 대구 빌리브헤리티지 등 공매行 아파트 유찰 속출

2024-02-07 17:01
분양시장 위축 지속…미분양 아파트, '최후 수단' 공매에서도 외면

전체 146가구 중 121가구가 미분양으로 공매에 나온 대구 수성구 수성동 '빌리브 헤리티지' 단지. [사진=박새롬 기자]

14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121가구에 대한 공매 절차를 밟게 된 대구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가 3회까지 진행된 입찰에서 모든 물량이 유찰됐다. 공매에서 여러 차례 유찰되면 입찰 가격이 낮아지게 돼 대주단 측 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온비드에 따르면 대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 미분양 물량 121가구는 전날 진행된 3차 입찰에서 전량 유찰됐다. 지난달 말 1·2차 입찰에서 모두 유찰된 데 이어 최저입찰가격이 15% 수준으로 떨어진 3차 입찰에서도 입찰자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1차 입찰가 16억9500만원에서 3차 때는 14억3400만원까지 떨어졌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구는 특히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는 점이 유찰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대구 미분양은 작년 12월 말 기준 1만245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고 준공 후 미분양도 1044가구에 달한다. 

대구 수성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매 가격이 인근 신축 아파트 가격 치고는 나쁘지 않은데, 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유찰된 것 같다"며 "최저입찰가가 10억~12억원 수준까지 떨어지면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차 입찰 기준 빌리브헤리티지 전용 151㎡ 최저입찰가는 13억원 후반~14억원 초반 수준이다. 

4차 입찰은 오는 13일, 5차 입찰은 20일 진행된다. 5차까지 진행되면 최저입찰가는 1회 차 가격 대비 25% 낮아진다. 공매 유찰이 반복되며 최저입찰가가 낮아질수록 대주단과 신세계건설은 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타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악구 신림동 165가구 규모 주상복합 가야위드안은 지난해 3월과 12월에 부지와 건물이 통째로 공매에 나왔으나 총 여섯 차례 유찰됐다.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최초 최저입찰가) 1028억원 대비 절반인 517억원으로 떨어졌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 엘크루센트로도 총 90가구 중 31가구가 지난해 12월 공매로 나와 최저입찰가 9억원대에서 6억원대로 떨어졌지만 다섯 차례 유찰됐다. 
 
미분양 물량이 공매에서도 외면받으면 돈을 빌려준 금융권은 원금 회수, 시공사는 공사비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5회까지 유찰되면 이번 공매를 종료하고 대주단이 채권 회수 가능한 금액을 고려해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내려서 재공매할지 협의하게 된다"며 "가격을 더 낮춰 재공매에 들어가면 중·후순위 대주들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