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尹 정부 '필수의료 패키지', '文 케어'처럼 건보 재원 해법 불분명

2024-02-07 18:00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올해부터 향후 5년 건강보험의 운영 방향을 ‘필수의료 강화’로 잡고 속도를 내고 있다.
 
건보 문제는 지난 6일 발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국민 의료비 부담과 직결되는 막중한 과제라는 점에서 이견은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이든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세금과 의료비 지출에 대해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건보 재정 문제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건보 재정 건전화의 해법은 간단하다. 의료 수가를 올리고 보험료를 올리면 되지만,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건강보험 수입·지출 변수를 토대로 전망한 결과, 당기수지는 올해 2조6402억원, 내년 4633억원의 흑자가 각각 예상된다. 하지만 2026년 3072억원의 적자로 돌아서고 2027년 7895억원, 2028년 1조5836억원 등 적자 폭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재정을 10조원 이상 투입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위에서 언급한 해법대로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인상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건보 재정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의료 행위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개선해 현행 양적 보상체계를 의료의 질을 중시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확히 5년 전에는 이번 정책과 정반대의 방향을 담은 내용이 발표돼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다. 건보 종합계획이 5년마다 개편이 되기 때문이다.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의 1차 건보 종합계획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고 명명됐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100% 부담의 3800여 개 진료 항목에 단계적으로 건보를 적용하는 정책이 핵심이다.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과 아동·노인·저소득층 등을 중심으로 한 건보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정권 5년 내내 ‘국고 낭비’,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비판에 시달리며 당초 목표했던 건보 보장률 70%를 달성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선 후보 공약으로 ‘문재인 케어’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2차 건보 종합계획은 건보 재정 확충에 너무 쏠려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재정 확충에 신경을 쓰다보면 보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방향은 달랐지만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건보 정책은 둘 다 건보재정 지출구조 개선에 대한 해법이 불분명하다. 이번 2차 건보 종합계획에는 10조원 규모의 재원 조달 방안도 빠져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비급여 항목에 건보를 적용하면 의료기관이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풍선 효과’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60%대의 한국의 건보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0%)과 비교했을 때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해 구분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재정 효율화 노력은 당연히 달성해야 할 중요한 국정운영 목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고 혜택을 늘리는 보장성 강화도 버릴 수 없는 과제다.
 
매년 건보 재정을 걱정할 바엔 차라리 건보료 인상을 과감하게 논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건강보험료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료율(7.09%)이 7%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지만,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됐다.
 
공교롭게도 건보 종합계획은 한 정권의 기간과 똑같은 5년 단위로 계획을 짜게 돼 있다. 정권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는 정책보다는 건보 제도의 근본 목적인 보장성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지키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