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세습 불만"…탈북민 10년 면접결과 공개

2024-02-06 12:18
통일부, 2013∼2022년 탈북민 6351명 면접조사결과 비밀 해제
"2명 중 1명은 감시 경험...정권 불신 늘었다"

지난달 23~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몰두 속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대 세습에 의한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상승하는 추세다.  

통일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최초로 공개 발간했다. 지난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30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조사한 결과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개발과 민생 외면 속에 주민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 경제 내부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주요 내용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난·민생난 심화 △생계유지 시장 의존 △시장화로 인한 계층 분화, 통제·수탈 강화 △변화하고 있는 북한 주민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한 주민들의 민생고는 더욱 심화됐다. 특히, 핵·미사일 개발 과다 지출로 민생 고통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 차원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돼 주민들이 공식직장에서 임금이나 배급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다"며 "전력·원자재 부족으로 기업소 가동이 어려움을 겪는 등 국영경제가 실패하면서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의식주와 생계·의료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생계 유지를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공식 소득'이 주된 소득원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8.1%, 식량 구매 경로 1위가 종합시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0.5%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북한 당국은 당·군 간부층의 권력을 활용한 부 축적 등으로 주민 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뇌물 공여 경험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부정부패가 만연한 상황이라 권력층의 주민 수탈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주민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응답자 중 51.3%는 거주지에서 감시·가택 수색을 경험했다. 월 수입의 30% 이상을 뇌물과 세외 부담 등으로 수탈당했다는 응답도 41.4%에 달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과목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우상화 교육이었다. 보고서는 "김정은의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 민생 개선 없이 주민을 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 불만이 누적되면서 주민들의 의식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대 세습', '백두혈통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6∼2020년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 가운데 북한 거주 당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인식한 비율은 29.4%에 그쳤다. 2000년 이전에 탈북한 이들이 해당 답변이 5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당국의 거센 단속 속에서도 외국 영상물 시청 등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북한 거주 당시 외국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탈북시기별로 2000년 이전에 8.4%에 그쳤으나 2016∼2020년에는 83.3%로 확대됐다. 주로 본 영상물은 '중국 영화·드라마'가 71.8%로 가장 많고 '한국 영화·드라마'가 23.1%로 뒤를 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까지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의 증언을 분석한 것으로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고 통제를 강화한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통일부의 심층면접에 응한 탈북민 중 81.8% 여성이며, 접경지역 출신이 82.1%를 차지했다. 평양 출신은 전체의 2.7%에 그쳤다. 연령대는 20대가 27.9%로 가장 많고 30·40대가 각각 26.9%였다. 50대는 17.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