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中 증시 투자자, 中 경제 부진에 트럼프 2.0 가능성까지 겹쳐

2024-02-05 16:16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의 호텔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경기 둔화 우려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중국증시에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까지 악재로 덮쳤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60% 넘는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가운데 중국증시 투자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일 투자 메모를 통해 “중국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 부동산시장 침체, 경기 둔화 못지않게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지난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뮤추얼펀드, 사모펀드, 보험회사 자산관리사 등 중국 내 고객사와 논의를 가진 후 나온 진단이다.

골드만삭스 연구원들은 “현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은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중국에 미칠 영향”이라고 전했다.

중국증시는 최근 중국 2위 부동산 기업인 헝다 파산 사태 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0 가능성'이라는 외부 악재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 5일 중국증시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2700선까지 내려오며 2020년 3월 이후 약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을 대상으로 무역 정책 등에서 강공을 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벌써부터 중국 견제를 표심 공략에 이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가 백악관 재입성 시 대(對)중국 관세율을 60% 일괄 적용할 것이라는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보도와 관련해,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상일 수 있다"며 대중국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워싱턴 소재 조세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18~2019년 기간 중 총 3800억 달러(약 509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총 800억 달러(약 107조 원)의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중국 경제 둔화에 이어 트럼프 집권 가능성까지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중국증시 투자자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공식 계정에는 "누가 나 좀 구제해 달라. 오랜 백수에 빚까지 졌다" 한탄하는 글에서부터 "미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미·중 우호, 만세!"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글까지 중국증시에 대한 얘기로 도배됐다. 

다만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미·중 관계 재단의 데이비드 파이어스타인 회장은 “올해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투자와 기술이전, 무역 등에서 미국의 대중 접근법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본질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는 훨씬 강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