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라운지] 이재원 빗썸 대표, 점유율·IPO, 두 마리 토끼 잡을까

2024-02-03 07:00

[사진=빗썸코리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2위인 빗썸이 업계 1위 업비트를 맹추격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이용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업공개(IPO)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 매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무료 수수료' 공격 통했다…점유율 한 자릿수→30%대
빗썸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9월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자 이 대표는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택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일부 가상자산에 대해, 10월부터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수수료 무료화를 시행한 것이다.

거래소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2022년도 기준 빗썸의 매출액 가운데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99.9%였다.

그럼에도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은 앞으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올해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등 가상자산 반등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업 경쟁력을 높일 거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한 자릿수에 머물던 점유율은 올 1월 30%대에 안착했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랠리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중순 직전에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상투자에 몰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수수료를 무료화해 신규유입과 재투자 등 유동성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무료 수수료 외에도 현금 성격의 포인트를 지급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금액 기반으로 회원등급을 부여해 거래금액에 최대 0.01%를 포인트로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거래를 많이 할수록 더 큰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IPO 속도 내려면…수수료 유료 전환 언제쯤?

이 대표는 업계 상장 1호 도전에도 나선다. 이미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을 빗썸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돌입했다. 목표 상장시기는 2025년 하반기다.

그는 이번 IPO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내부통제 운영을 대외적으로 검증 받아 거래소 운영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상장 전 실적 개선이다. 빗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6억5456만원, 당기순손실 106억1647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324억120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빗썸의 실적이 반토막난 데는 수수료 무료화 정책이 컸다. 일부 무료화를 시행한 3분기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만큼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 4분기에는 매출이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ROE 10% 이상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및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이상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빗썸이 조만간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올해 빗썸은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향후 경쟁력 있는 수수료 도입과 함께 대고객 서비스 강화, 거래소 앱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