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갱신 심사 다가온다…빗썸 제휴은행 바꾸나

2024-02-01 17:00
4대 거래소 올 하반기 VASP 갱신 신고 예정
빗썸, 제휴 은행 바꿔 분위기 전환 노린다
진입 장벽 낮춰 2030 고객 유입…점유율 확대

[사진=빗썸]
올 하반기 원화거래소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가 예정된 가운데, 빗썸이 제휴 은행 변경을 물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중도에 제휴사를 바꾸려면 금융당국에 변경신고를 접수해야 하는 만큼 한번의 신고로 끝낼 수 있는 갱신신고 기간에 맞춰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올 하반기 업비트를 시작으로 빗썸, 코인원, 코빗 4대 원화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VASP 갱신 신고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라이선스 유효기간 3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원화거래소 신고를 위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실명계좌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3년 사이 강화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고객에게 예치금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은행 실명계좌 발급 기준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4개 거래소 가운데 오는 11월 갱신 신고일이 도래하는 빗썸은 이와 함께 제휴 은행 변경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과는 2018년부터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이어왔다.   

농협은행과 6년이라는 오랜 인연에도 제휴사 변경을 희망하는 이유는 분위기 전환을 위한 한방이 필요해서다. 2030대 젊은 층의 이용률이 높은 은행과 손을 잡게 되면 새로운 잠재 고객을 얻기에 유리한 만큼 계좌 개설부터 진입장벽을 낮춰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 그동안 빗썸 이용자들은 농협은행에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을 때 제한된 이체 한도와 복잡다단한 가입 단계로 불편을 호소해왔다. 반대로 업비트는 앞서 IBK기업은행과 계약 종료 후 비교적 계좌 개설이 간편한 케이뱅크로 갈아타면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데다가 20·30 젊은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바 있다.  

빗썸은 그동안 업비트에 빼앗긴 1위 왕좌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느리고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빠르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하기 위해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수차례 개선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공들여왔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수수료 무료 정책은 대대적인 이벤트와 시너지를 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빗썸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한 자릿수에서 최근 30%대까지 상승했다. 글로벌코인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서 이날 기준 △두나무 61.7% △빗썸 32.7% △코인원 2.7% △코빗 2.55% △고팍스 0.28%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 무료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래 수수료가 거래소의 영업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빗썸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올해 매출액 100억원을 넘겨야 된다. 때문에 수수료 무료 정책은 올 2분기 내 종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실명계좌 은행 교체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NH농협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던 고객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제휴사를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점유율이 상승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 코인원은 NH농협은행을 사용하다가 카카오뱅크로 제휴사를 변경했지만 아직 1~2%대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빗썸이 제휴 은행 교체를 고려하는 이유와 관련해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여러 은행과 논의했지만 사법 리스크 등 때문에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리스크가 많이 걷힌 상태라 은행들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수수료가 단순히 저렴하다고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얼마나 사용하기에 편리한지, 유동성이 많은지를 보기 때문에 은행 교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