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의 머니집테크] "2년 만에 수억원 '뚝'" '영끌족 성지' 노도강...GTX-C, 재건축 대책으로 반전할까
2024-02-02 12:00
집값 회복 흐름에 가장 늦게 올라탔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에 2030의 ‘영끌’ 매수세가 몰렸던 지역이었으나 급격한 금리 상승 여파와 경기 침체로 인한 집값 추가하락 우려에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정부가 재건축 규제완화, GTX 사업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어 대표 수혜지로 꼽히는 이들 지역의 집값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년 만에 수억원 하락...'영끌족' 성지 노도강의 눈물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주공12단지 49㎡는 지난달 6일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1년 6월 신고가였던 7억1000만원 대비 2억6000만원 하락했다. 인근에 위치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6단지 전용 49㎡도 지난달 20일 4억9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2월 7억3100만원에 거래됐으나 1년 만에 2억4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집값 하락세는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도 두드러졌다.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 36㎡는 지난달 11일 3억4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이는 2021년 9월 기록한 신고가 6억원 대비 43.3% 하락한 수준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 59㎡도 지난 23일 2021년 대비 2억여원 하락한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강북구와 도봉구, 노원구의 1월 넷째 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0.06%, 0.05%, 0.04% 하락했다. 1·10 부동산대책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노후 아파트가 밀집된 노도강이 꼽혔으나, 집값 영향은 미미했던 셈이다.
가격 하락과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물량도 늘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6일 노도강 지역에서 모두 60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됐으며, 이 중 6건만 낙찰돼 낙찰률 10.0%를 기록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를 나타내는 낙찰가율은 78.9%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의 낙찰률(30.3%)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서울 전체 낙찰가율은 86.4%였다.
재건축 규제완화에 GTX-C까지...반등 분위기 형성될까
다만 노도강은 서울 내에서 개발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 노후단지가 몰려있는 노도강 지역의 특성상 재건축 사업의 커다란 장애물이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재초환) 완화, 재건축 패스트트랙 절차 도입 등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면적 58㎡는 대책 발표 전 6억30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으나, 발표 직후 매물 호가가 꾸준히 상승해 지난 1월 18일 2억6000만원 오른 8억900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이 단지는 지난달 6일 6억6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19단지 전용 68㎡ 역시 발표 전 7억8000만원에 나왔던 매물이 지난 1월 12일 8억2000만원으로 호가가 4000만원 올랐다.
지난달 접수를 시작한 신생아특례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상품도 매수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운영 당시 노도강과 금관구 등 일부 지역의 거래량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노도강 지역도 일부 단지에서 실거래가가 지난 2021년 고점 대비 2억~4억원씩 빠진 사례도 있어, 정책 대출을 통해 저점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올해부터 운영되는 정책 금융상품의 경우엔 대상이 한정적이란 점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금융 정책이 일부 매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가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건설업 침체로 인해 관망세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는 대출 조건보다 가격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이후 지방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금 늘고 가격 하락을 늦출 순 있지만 반등까지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