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업계 "韓 등 동맹도 對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 동참해야"

2024-02-01 08:01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유사한 규제를 도입해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반도체업계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한국 등 동맹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맹국 기업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17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유사한 대중국 규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IA는 현재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규제가 느슨한 동맹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SIA는 미국 기업들은 수출 통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품목이라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면 중국에 일절 수출할 수 없다는 점,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되는 점 등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SIA는 "반면 일본, 한국, 대만,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외국 경쟁사들은 품목별 수출통제(list-based control) 대상이 아닌 장비를 중국 첨단 반도체공장에 수출할 수 있고, 해당 장비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IA는 "미국의 독자적인 수출 통제 덕분에 외국 경쟁사들이 버는 모든 달러"가 경쟁사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이는 "미국 반도체업계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첨단 반도체 공장에 대한 외국 경쟁사들의 지속적인 장비 공급 및 지원 능력으로 인해 수출 통제에 따른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도 각자 의견서를 통해 미국 기업과 동맹국 경쟁사 간 ‘평평한 규제의 운동장'을 요구했다. 

SIA는 해법으로 다자 수출 통제 도입을 제안했다. 동맹국들이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주요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은 이미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유사한 수출 규제를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일본의 규제는 자국민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 등 미국의 수출 통제보다 느슨하다고 SIA는 주장했다.

업계 요구로 인해 미국 정부는 앞으로 한국에도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통제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통제를 총괄하는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달 12일 한국 전략물자관리원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동맹과 새로운 다자 수출 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 칩(16㎚ 내지 14㎚ 이하)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중국에서 미국의 공백을 메운다는 증거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이 수출 통제를 하기 전(2022년 1∼9월)과 후(2022년 10∼12월) 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 시장 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CVD 장비에서 미국 점유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한국 점유율은 4%포인트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