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후폭풍] 건설사 자금악화·폐업…하도급사도 연쇄 폐업 위기 내몰려

2024-01-29 18:09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준공 후 미분양 증가·수주 감소에 올해 건설업계 위기 이어질 것
"도생·생숙 등 비선호 사업장 아파트로 바꿔는 방안 고려할 만"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종합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며 부도‧폐업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하도급사도 연쇄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종합건설사의 도산은 관련된 수십에서 수백 개 하도급사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건설사 폐업신고는 349건으로 집계됐다. 종합건설사 폐업은 36건, 일반적으로 하도급을 맡는 전문건설사는 313건이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공사 발주도 줄며 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조달청 연도별 공공건축 발주에 따르면 2022년 113건(2조9755억원)이었던 공공 발주는 2023년 63건(1조6065억원)으로 건수와 금액 모두 40% 이상 크게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민간 발주 또한 체감할 만큼 줄어들었다.
 
30년간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한 A씨는 “안 그래도 인건비‧자재 가격이 오르며 사업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심한 상황”이라며 “일을 같이하던 종합건설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건설사 1곳이 많게는 수백 곳의 전문건설사와 일을 함께 하는 상황에서 종합건설사의 문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 하도급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장 92곳에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태영건설 하도급 공사를 하는 452개사 현장 86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71개사 104곳이 조사에 응했다. 응답 현장 10곳 중 1곳에서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분양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수주 또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며 건설업계 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6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2년 8개월 만에 1만가구를 넘어선 다음 1개월 만에 241가구(2.4%) 더 증가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작년보다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 PF 관련 자금조달 어려움, 높은 공사비 고착화가 지속되며 건축공사 부진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수할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 제외’ 등 내용을 담은 1·10대책 등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현재 정부는 부실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지난해 7월 출범한 PF 정상화 펀드 역할 확대를 위한 보완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각종 대책과 PF 정상화 펀드 등을 이용해 건설 경기를 살리려고 한다”며 “여기에 더해 사업성을 위해 용도를 변경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포제스 한강’ 등 사례를 보면 도시형 생활주택(도생)에서 아파트로 변경하면서 사업성이 높아졌다”며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도생,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한 허가를 아파트 등 선호시설로 바꿔주면서 대신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