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으로 중동 휴전 논의 '찬물'…협상 물거품ㆍ유가 상승 우려

2024-01-29 14:23
바이든, 민병대 상대 보복 시사
WTIㆍ브렌트유 모두 상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친이란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이 숨지고, 미국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미군의 보복이 본격화되면 급물살을 타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물거품이 되고 중동 지역 안보 혼란이 커질 가능성에 유가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시리아 국경 근처 요르단 북동부에 거주하던 우리 군대에 대한 무인 공중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며 "우리는 이 공격의 사실관계를 아직 확인하고 있지만,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가 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복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겠다는 그들(희생 장병)의 신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해 보복을 다짐했다.

세계 각국은 미국의 친이란민병대 보복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친이란민병대에 보복을 단행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논의가 후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전될 수도 있어서다.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에 속하지만, 이란을 중심으로 시아파 벨트에 속하는 단체들과 '반이스라엘' 단체로 연대를 맺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친이란민병대가 미군의 보복을 받으면 하마스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나타낼 수 있다. 

당장 전날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인질 협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 이스라엘, 카타르, 이집트 4자 회의가 건설적이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 및 수감자 석방을 조건으로 1~2개월 휴전 합의 가능성이 거론됐다. 

미국의 보복 예고로 중동 정세에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유가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배럴당 79달러까지 급등한 뒤 78.49달러로, 브렌트유 4월물은 배럴당 83.53달러까지 치솟은 뒤 83.43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이후 일부 상승 폭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전 거래일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미군의 보복 시사로 인한 중동 확전 가능성에 유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쉘 트란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국제 유가가 홍해의 긴장 고조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유가와 원유 공급 안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홍해 지역은 세계 원유의 약 33%가 통과하는 경로로 알려졌다. 세계 에너지 전문가가 홍해 치안이 불안정해지면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한편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은 미군이 사망한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