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콜]'온디바이스 AI' 시대 개막에 활짝 웃은 SK하이닉스..."토탈 AI프로바이더로 도약"(종합)

2024-01-25 14:05

사진=SK하이닉스

AI(인공지능)용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 AI' 시대 개화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다만 최근 1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로 전체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기업용 AI서버 증가·온디바이스 AI 기기 확산·감산 등 3박자 효과가 가시화되면 실적 개선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AI수요 증가에 'DDR5', 'HBM3'매출 쌍끌이...적자 예상 뒤엎고 '깜짝 실적'

SK하이닉스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를 열고, 매출액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영업이익률 3%), 순손실 1조3795억원(순손실률 12%)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부가제품인 DDR5와 HBM3 등이 실적을 쌍끌이 하면서 분기 영업이익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진 10조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적자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 연간실적은 매출 32조7657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영업손실률 24%), 순손실 9조1375억원(순손실률 28%)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AI 서버와 모바일향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그동안 지속해온 수익성 중심 경영활동이 효과를 내면서 당사는 1년 만에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주력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HBM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HBM 전체 시장 규모가 5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낸드는 업황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와 비용 효율화에 집중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AI용 메모리인 HBM3E 양산과 HBM4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긴밀한 협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에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인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사상 최고 수준의 재고 감축 노력과 뼈를 깎는 감산, 투자 축소 등으로 반도체 다운턴에 대응해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미있는 수준의 실적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성능 HBM 생산 기술 등 10년간 축적된 당사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고객사 니즈에 맞춘 고부가가치 중심의 AI형 메모리를 생산, '토탈 AI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부터 HBM3E 공급 확대..."개발 난이도 높아질 수록 수익 안정적,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
 
SK하이닉스는 D램 재고는 올 상반기, 낸드는 하반기부터 정상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의 구매 수요는 레거시(구형 제품)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며 "4분기 들어서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을 예상한 고객들이 구매 수요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재고 수준이 낮았던 PC와 모바일 고객 중심으로 재고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로 갈수록 HBM3나 DDR5 같은 선단 제품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레거시 제품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고 연말에는 고객 뿐 아니라 공급사 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기업들의 AI 도입 확대와 소비자들의 AI 서비스 수요 증가로 연평균 60%씩 관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회사 측은 "AI PC, AI 스마트폰 등 온비다이스 AI에 대한 수요 증가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고객사들의 AI 기기 출시로 관련 시장은 올해 개화가 예상되만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출하량 확대는 2025년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하는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증가하면 AI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를 견인해 향후 HBM, DDR5 등 고성능 제품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세대 HBM 제품인 HBM3E는 올해 상반기 중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성능 메모리칩 포트폴리오가 늘 수록 수익성도 좋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반 D램 제품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작년 대비 HBM 가격 프리미엄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올해 신규 출시돼 판매가 확대되는 HBM3E는 HBM3 대비 개발 난도가 증가하고 투입 비용이 증가해 가격 프리미엄이 반영될 것"이라며 "HBM 제품은 연구개발(R&D), 생산능력(캐파) 투자 비용, 라이프 사이클 등을 종합 고려해 연간으로 가격을 협상 중이며, 가격 안정성이 일반 제품 대비 높아 HBM 시장이 확대될수록 사업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과 별개로 보수적 투자기조는 이어갈 예정이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물량 기반의 경쟁보다는 고객사 요구에 맞춘 고부가제품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작년에는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서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해서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 투자를 집중해서 과거처럼 투자 증가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며 "올해 투자는 AI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양산을 확대하거나 실리콘관통전극(TSV) 증설, 필수 인프라 투자 등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할 생각이고, 증가분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