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한 금소법] 구멍 숭숭 금소법···"ELS사태 얼마든 반복될 수 있다"

2024-01-25 05:00
금융상품 판매 행태, 여전히 형식적 절차 준수 수준
상품 구성도 판매사 중심···구제책도 현실성 떨어져

[사진= 연합뉴스]
은행권의 불완전 상품 판매로 인한 소비자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지난 2021년 3월 전면 도입됐지만, 피해액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또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여지없이 불완전판매 의혹이 터져 나왔고, 투자자들은 ELS를 안전한 상품으로 소개한 은행을 향해 "사기극"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금소법이 판매 규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현행법으로는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ELS 투자 피해 사례의 공통점으로 은행이 고위험상품인 ELS를 안정적인 상품으로 소개했다는 점이 꼽힌다. 예컨대 60대 초반 A씨는 지난 2017년 정기예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처음 ELS에 가입했다. 이때 은행원은 '정기예금 대체상품'으로 ELS를 추천했고, 2021년 재가입 땐 위험성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로 해석될 수 있는 사례다.

ELS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하한선이 없다. 이론상 원금손실률이 최대 100%에 달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금소법은 이런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적합한 상품을 소개받고, 또 정확한 투자를 행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게는 배상책임이 강제된다. 위 사례에서도 보면 은행은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금소법의 '적합성·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 의무'와 투자손실이 보전되는 것처럼 오인하지 않게 해야 하는 '허위·과장 광고 금지' 원칙을 무시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불완전판매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현 금소법이 투자상품 판매 행위만을 규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다. 실상 은행 창구에서 상품 판매 직원은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설명문을 읽어도 금소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 역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직원이 시키는 대로 쓰고 말한다. 금소법 적용 초기 당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녹취와 감사팀 모니터링까지 확보했다는 은행의 주장이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직접 마주하지 않고 모바일·인터넷으로 가입할 땐 불완전판매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사는 소비자 권익에 부응하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금소법엔 이런 내용도 빠져 있다. 위법계약해지권과 청약철회권·분쟁조정제도 등의 소비자 권익 보호 조치가 금소법에 포함됐으나, 활용 사례는 극히 제한된다. 실제 분쟁조정 처리기간이 평균 416일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땐 현행 금융소비자 피해구제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는 은행법과 금소법 등 관계법에 따라 국민과 소비자의 합리적 금융생활을 유도해야 한다"며 "(은행은) 소비자의 보호와 법적 책임 의무가 있는 공익적 조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책임 회피를 할 게 아니라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