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자의 부자보고서] 수익 경험은 단 1%…92%가 투자 기피하는 자산 '코인'

2024-01-24 06:00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고(三高) 현상'이 지속되고 전 세계적인 경기 위축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심각한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부자들은 여전히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탄생한 새로운 자산인 암호화폐(코인)에 투자하는 국내 부자는 8%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 중에서도 이익을 경험한 비율이 1%에 불과한 탓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부자들에게 있어 암호화폐는 파악하기 어렵고, 너무나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2543조원으로 2022년 2361조원 대비 7.7% 늘었다.

2년 연속 10% 이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21년과 2022년에 비해 증가율이 다소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아파트 등 주택 가격 하락이 부동산 자산 전체 규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5억160만원으로 지난 2022년 12월 5억3367만원 대비 6.01%(3207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12억6421만원에서 11억9966만원으로 5.11%(6455만원) 줄었다.

그럼에도 국내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 부자의 총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거주용 부동산이 30%로 지난 2022년 27.5%에 비해 오히려 2.5%포인트(p) 늘어났다. 거주용 이외의 부동산까지 합산하면 56.2%로 과반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주택 가격 하락에도 거주용 주택 비중은 확대됐는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보다 주식 시장 침체 등 금융 시장 위축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을 10억~100억원 미만 보유한 자산가의 부동산 자산은 총 1434조원으로 전년 대비 15.1% 늘었다. 100억~300억원 미만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고자산가(전체의 6.9%)와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자산가(전체의 1.9%)의 부동산 자산 규모는 각각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2년 대비 0.5%(1115조→1109조원) 줄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주택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여전히 거주용 부동산 등에 투자 기조를 크게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늘린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격 하락 국면에도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를 유지한 반면 암호화폐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자 중 81.5%가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과거 투자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10.8%로 집계됐다. 지금도 투자하고 있다는 답변은 7.8%로 가장 적었다.

이는 우선 암호화폐로 수익을 경험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로 수익을 경험한 부자는 단 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회원권(3.8%), 예술품(2%)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반면 손실을 경험했다는 부자는 3.8%로 훨씬 많은 규모였다. 거주용 부동산에서 수익을 경험한 부자가 18.5%로 손실을 경험한 8.5%보다 훨씬 많은 것과 정반대다.

또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부자들이 암호화폐가 익숙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가치가 변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와 보안에 대한 불신도 투자 기피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부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않는 상위 7가지 이유(복수응답)를 살펴보면 △거래소를 신뢰할 수 없어서(39.9%) △가치 변동률이 너무 커서(36.1%) △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돼서(29.6%) △기존 투자로 충분해서(25.3%) △디지털자산에 잘 몰라서(24.9%) △투자 방법이 어렵고 복잡해서(24.5%) △금융사고·보안이 걱정돼서(19.3%)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자들은 당장의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자산인지를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본다"며 "안정적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제대로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