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출규제도 현금부자엔 '무풍지대'?…압구정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잇달아 '신고가'
2024-10-17 15:26
“이곳은 입지도 좋고 사업 속도도 비교적 빠른 곳이라 직접 거주를 위해 찾는 사람이 항상 있죠. 대출 규제가 강화되거나 풀리거나 상관없이 별개의 수요층이 존재해 비교적 높은 호가에도 매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압구정 신현대(9·11·12차) 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대출규제 강화에도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와 수요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뿐만이 아니라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 구축 단지에 대한 매수세도 다시 붙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대출 문턱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이 둔화되고 있지만, 압구정과 목동,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재건축 구축 아파트 가격은 신고가까지 넘보고 있다. 자금이 풍부한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미래 가치가 높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선점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압구정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합 설립 인가 이후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한데 최근 압구정의 경우 사업 시행 인가가 길어지다 보니 다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줬다”면서 “향후 개발 기대감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 기회에 들어가려고 하는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 대기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설계변경과 관련해 갈등을 이어온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전용 84.43㎡ 매물이 28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은 뒤 약 열흘 만인 이달 4일 같은 평형대 매물이 29억48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156㎡는 이달 7일 35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신고가보다 1억2000만원이 올랐다. 삼부아파트 전용 175㎡도 앞서 지난 1일 43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 6월보다 5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전용 103㎡는 지난 8월에 이전 최고가 대비 12억8000만원이나 뛴 24억7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여의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중형 매물 수요가 몰리면서 매도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곳이 많다”며 “재건축 단지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인근 구축으로도 매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천구도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5단지는 전용 115.47㎡ 매물이 이달 8일 27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기존 신고가보다 9000만원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10일에는 전용 95.21㎡ 매물이 1억2000만원 오른 24억4500만원에 최고가를 썼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상급지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사업 진행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는 인식이 있어 재건축 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봐도 강남권 등 상급지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래가 많이 됐기 때문에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17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1% 올라 전 주(0.10%)보다 소폭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개포·압구정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27% 오르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일부 재건축 추진단지와 신축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발생하며 전체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