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은밀해진 불법리딩방] 계속되는 주가조작 세력과 당국의 '추격전'…"감시·수사 기법 고도화해야"

2024-01-23 06:00
유명인 방송 출연→인터넷 메신저 적극 이용 변화
법률 위반 사례 계속돼… IT 발달로 추적 어려워져

[그래픽=아주경제]

일반 주식 리딩방은 자칭 전문가가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종목 주식 매매를 유도하는 공간이다. 특정 종목을 지목해 매매를 진두 지휘하는 '리더'와 그 매매 지시에 호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대일 조언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이익을 얻는 '작전 세력'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의 손실이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당연히 이러한 리딩방 운영은 불법으로 금융 당국의 단속 대상이다.

22일 현재까지 관계 당국과 불법 리딩방 운영 업체 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수년간 불법 리딩방 운영자와 관련 조직의 현황을 파악하며 투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고해 왔다. 여러 범죄자들이 사법 기관에 적발돼 사법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주식 거래가 대중화하고 불특정 다수가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불법적인 리딩방 운영 행태는 점차 광범위해지고 투자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투자 조언을 하는 주식 리딩방 운영은 1997년 증권거래법을 통해 도입된 '유사투자자문업'의 한 형태다. 금융위원회에 정식 허가된 금융사가 아니라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 과정에 고객과 일대일 투자 상담을 한다든지, 고객 자산을 직접 관리(자금운용)한다든지, 주식 종목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투자자에게 '원금 이상을 보장한다'는 유사수신 등 특정 행위를 하면 불법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2014~2016년 증권방송 등에 출연해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구속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의 사례를 들며, 2017년 발표한 '유사투자자문업 제도개선 및 감독방안'에 당시  불법 행위에 휘말린 투자자의 피해와 민원 사례가 늘고 있음을 지적했다. 당국의 감독과 점검 강화가 본격화했다.

지명도나 영향력을 이용한 불법 리딩방 운영이 범죄 혐의를 보인 특정인의 구속·기소·재판 등으로 이어지자, 이후 범죄자들은 마침 급속히 발전하고 있던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증권가에 널리 보급된 '미스리 메신저'와 2010년 출시돼 2015년 오픈채팅을 지원하기 시작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메신저는 서로 안면이 없어도 관심사가 같은 사람끼리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 리딩방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 최근에는 텔레그램, 시그널 등 보안성이 강화된 메신저가 쓰이는 추세다.

불법 리딩방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악용해 급증한 불법 행위 중 하나로 지목됐다. 관계 당국은 2021년 3월 발표한 '불법·불공정 민생금융범죄 대응방안'에서 2020년 9~12월 주식 리딩방 등 351개 유사투자자문업자 영업실태 점검 결과 불법 혐의 54건을 적발했고 2019년 10월, 2020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자 692개 업체를 직권말소했다고 발표했다. 주식리딩방 영업방식이 오픈채팅방과 유튜브 등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 확대됐다고 보고 관련 불공정 거래에 대한 암행점검, 감시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2022년 3월 발표한 집중 점검 결과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108개 업체에서 법률 위반 행위 120건이 적발되는 등 투자자 피해가 지속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운영자가 외부 세력과 짜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원에게 특정 주식 종목의 물량을 떠넘기며 본인 종목을 먼저 매도해 부당 이득을 편취한 혐의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주식 리딩방에서 벌어지는 주요 불법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합동으로 특별 단속에 나선 상태다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는 "불법 리딩방 운영자들이 범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카톡에서 텔레그램과 시그널로 넘어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신원 인증 없이 쓸 수 있는 선불 유심으로 몇 달짜리 계정을 만들어 쓸 수 있고 가상사설망(VPN)으로 국내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해 위치를 추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잡으려면 전보다 고도화한 수사 기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