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AI 겹친 밥상물가 '비상'

2024-01-17 18:52
경북 영덕 양돈농장서 4개월 만에 발생…경북 첫 사례
돼지·닭고기 가격은 안정적…물가 오를 가능성도

31일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축협에서 열린 '2023 아프리카돼지열병 가상방역훈련'에서 의심 신고를 받은 동물위생시험소 가축방역관이 혈액과 조직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사진=임실군]
한동안 잠잠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올 들어 처음으로 발생한 가운데 안그래도 높은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설 성수기를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중인데다 ASF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경상북도 영덕군 소재 한 양돈농장에서 ASF 발생이 확인됐다. 이 농장에서는 돼지 폐사 등에 따라 방역당국에 신고했고 정밀검사 결과 돼지 12마리에서 ASF 양성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9월 강원도 화천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ASF 발생이 확인된 이후 4개월여 만이다. 경북 소재 양돈농장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480여마리를 살처분하고 영덕군 소재 양돈농장과 주변 도로를 집중 소독하는 등 긴급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또 오는 18일 오후 8시까지 48시간 동안 대구시와 경북 내 양돈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등 축산관계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발생농장 반경 10km 이내에 있는 양돈농장 4곳, 역학적 관계가 있는 양돈농장 40여곳에 대해서는 정밀검사를 진행한다. 발생농장에서 돼지를 출하한 도축장을 출입했던 차량이 방문한 양돈농장 520여곳은 대해서는 임상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고병원성 AI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달 들어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총 3건이다. 전남과 전북에 집중됐던 발생 지역도 이달 들어 충남과 경기, 경북으로 넓어지고 있다.

설 명절을 한달여 앞둔 만큼 물가 상방 가능성도 커졌다.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돼지와 닭, 계란 수급이 일시적으로 불안해질 경우 밥상 물가가 튀어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고병원성 AI 확산 시 닭고기와 계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할당관세 도입과 신선란 수입을 확대했다. 또 설 성수기 수요가 늘어나는 계란 가격 인하를 위해 다음달 8일까지 농축산물 할인지원을 통해 30% 할인된 가격으로 계란을 판매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 소매가격은 안정적인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겹살 100g 가격은 2332원으로 전년(2469원)보다 낮다. 돼지 목심(2134원)과 갈비(1395원) 가격도 지난해 가격을 밑돌고 있다.

닭 육계 가격은 kg당 5686원으로 전년과 동일하고 1주일 전 가격인 5720원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계란 가격도 특란 30구 기준 5910원으로 지난해(6628원)보다 10.8% 하락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중수본 회의에서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계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대규모 농장에서 추가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곧 다가올 설 명절 기간 사람과 차량 이동 증가에 따른 가축전염병 전파 위험에 대비해 방역관리를 강화하고 대응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