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무한한 잠재력 아프리카 …세계경제의 '움직이는 사자'
2024-01-16 06:00
아프리카와 교류협력을 강화하려는 국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발전 잠재력과 앞으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일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시기이다.
‘아프리카연합기구(OAU, Organisation of African Unity, 1963년 5월 설립)'는, 2001년 ’아프리카연합(AU, African Union)'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다. ‘아프리카연합’은, 장기적 발전 목표로 ‘2063년 의제 (Agenda 2063)’를 발표하였다. 이 의제를 통해 회원국이 비전을 공유하면서 54개 국가가 동반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륙 차원의 노력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더욱 가깝게 결속되었다. 그러나, 여러 국가의 정치적 불안감은 아직 남아있다. 지난 3년간 아프리카 6개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한편 아프리카연합은 쿠데타, 내전 등 정치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앞으로는 정치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월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Africa Continental Free Trade Area)'는 대륙 전체가 단일시장이 되어 역내교역은 증가할 것이다. 2022년 역내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4%에 불과하나, 2030년 까지 50%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역내무역 증가는 산업 생산량 확대로 이어져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달성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도로, 철도, 전력, 통신 등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의 인프라 투자액은 연평균 약 700억 달러 내외, 외국인직접투자 약 450억 달러를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과, 유럽의 ‘무기외 상품 특혜조치(EBA)’는 아프리카의 대외무역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무역규모는 1.19조 달러(2022)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아프리카 제1의 교역대상은 유럽이고, 중국의 교역 규모가 2위로 235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의 연간 교역량은 200억 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여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 중국 및 최근 베트남의 경제발전은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아프리카 국가가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답습할 수 있을까? 경제발전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18세기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정부 역할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로 외부 침략으로부터 국토,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둘째, 법과 질서(Law and Order)로 치안을 유지하는 일이다. 셋째, 공공재(Public Goods)를 마련하는 것이다. 과연 아프리카 정부가 이들 세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효율적인 정부 역할(Good governance)은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아프리카 정부는 재정이 빈약하다. 국민총생산 대비 세수의 비율은 17%로, 개도국 평균 27%, 선진 공업국의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주로 광업이나 농업 등 1차 산업 위주 경제구조로 세수자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경제 구조를 2차 및 3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전체 투자금액에서 자원관련 분야 투자 47%, 제조업 분야가 30%에 머물렀다. 2016년 이후는 제조업 분야 투자가 40%로 증가하고 자원관련 분야 30%를 보였다. 이와 같은 투자의 중심축이 제조업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산업화의 면모를 보여준다. 단, 제조업 투자는 섬유 및 봉제 등 낮은 기술의 노동집약 산업이 주를 차지하였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의 중심축을 중화학 및 첨단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산업화를 모색하지만, 중복 및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인접 국가들과 비슷한 ’부존 생산요소 (Factor Endowment)’로, 경쟁이 불가피하며, 국가별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화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하나, 대부분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 능력을 높이려면 우수한 인적자원을 필요로 한다. 교육기회는 늘고 있으나, 질적 우수성은 아직 낮은 편이며,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교육 수준이 낮아 과학기술 지식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등 교육과정부터 개편하여 STEM 교육의 확대와 질적 우수성을 도모해야 한다. 기술 인력을 양산하기 위한 직업훈련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기존의 직업훈련은 오래된 실습장비로 급변하는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프리카의 늘어나는 인구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2022년 신생아 수가 4640만명, 새로이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수는 3000만명이 넘었다. 인구가 성장하면서, 일자리와 식량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T. Malthus)는 '인구론'에서 인구증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맬서스가 우려했던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부족 현상이 아프리카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아프리카 전체 밀 수입량은 5480만톤(2022)에 달했으며, 그중 이집트의 수입량은 1200만톤에 달했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본재 수입에 이용해야 할 외화가 식량조달에 지출되는 것이 안타깝다. 넓은 대륙에 세계 경작 가능 농지의 65%가 있고, 기후 조건이 3모작까지도 가능한데 식량난을 겪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 농업에 기술과 정보통신을 접목시킨다면 농업 생산성을 높인다면,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최북단에서 최남단 거리는 대략 서울에서 시드니까지로 생각하면 된다. 인구의 규모, 부존 지하자원, 신재생 에너지원, 기후 조건 등을 고려하면, 기회의 대륙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잠재력도 대단하다. 전체 대륙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 일부에 벨기에 국토 면적 정도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아프리카 전체의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고, 여분을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콩고강, 나일강, 니제르강 등 수력발전, 지열 및 풍력 등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생산요소 부존에서 아프리카와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적이다. 아프리카는 자원이 풍부하나 우리나라는 결핍하고, 아프리카가 부족한 기술과 인적자원은 우리나라에 풍부하다. 따라서 아프리카와 우리나라의 교류 확대는 윈-윈 전략이 된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발전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