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산·인터넷·게임에 자금 집중

2024-01-11 17:50
지난해 순매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서는 자금 이탈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외국인의 자금이 방위산업, 인터넷, 게임 업종 등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외국인 자금이 몰렸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에서는 자금이탈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연초 기업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따른 수급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누적금액 1399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7거래일 연속 매수세가 몰렸다. 다른 인터넷 업종인 카카오의 경우 406억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앞서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2일까지 6거래일 연속 카카오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방산 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방산 업체 중 하나인 한국항공우주에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누적금액 366억원이 유입됐으며 연초 이후 5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기록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법 의결된 가운데 이르면 5월부터 우주항공청 설치 예상 및 관련 기업들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외국인 자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등 방위 관련 종목도 기대를 모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기대감이 꺾이지 않은 방산, 인터넷, 게임주는 순매수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3년 외국인은 코스피, 코스닥에서 총 12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1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에서 7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셈이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누적자금은 650억원을 기록 중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탈이 가속화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조54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84.92%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불황으로 인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지난해 3분기까지 12조원대 누적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하지만 실적발표 전후로 매도전환하며 잠정실적이 발표된 9일과 10일에는 각각 1005억원. 998억원을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외국인 순매도 누적금액 2245억원을 기록 중인 상황이다. 오는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2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0조4000억원, 영업손실은 2244억원이다. 같은해 3분기 영업손실(1조7920억원)보다 적자폭은 줄었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연초 이후 펀더멘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 시장을 주도했던 실적 기대감이 꺾이며 외국인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