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첫 금통위서 기준금리 3.5% 동결...이창용 "6개월 이상 인하 어려울 것"

2024-01-12 06:17
작년 1월 이후 8연속 동결…추가 긴축 사실상 마무리
통방문 통해 "물가 오름세·시장 불확실성 여전" 언급
"금리 인하 시점? 최소 6개월 이상 현 수준 유지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반년 이상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며 조기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11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박춘섭 전 금통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와 물가 상승세, 경기 부진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을 통해 "국내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에도 여전히 높고 향후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 통화 긴축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통방문에 담겼던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를 제외해 금리 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직전 금통위 때까지 다수 금통위원이 3.7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하던 것과 대조된다. 이 총재는 "유가나 (중동 지역) 하마스 사태가 안정되면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정점론에 근거한 조기 피벗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섣불리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는 데다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물가나 소비 등 여러 변수들이 예상된 경로로 갈 것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아 구체적으로 (인하) 시기를 못 박기는 어렵다"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기대한 '7월 금리 인하론'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아울러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관련해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위기가 아닌 시장 불안정이 현실화했을 때 대응을 한다"며 "이번 사태가 시장 불안을 가져올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