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그린 달 착륙 '위태'…美 달 착륙 미션 '흔들'

2024-01-09 16:12
세계 각국 민간 달 탐사선 잇달아 착륙 실패
민간 산업 육성 통한 우주 탐험 야심에 의구심
아르테미스 일정도 줄줄이 연기 예상

미국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Peregrine)'이 탑재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벌컨' 로켓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로 보내기 위한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의 야심 찬 계획이 난기류를 만났다. 우주로 쏘아 올린 민간 무인 달 탐사선 페레그린의 달 안착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민간 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우주 탐사의 깃발을 꽂겠다는 미국의 야심이 흔들린다. 달 탐사 ‘최종판’ 로켓으로 통하는 아르테미스 2호 및 3호의 일정도 줄줄이 연기될 전망이다.
 
'첫 주자' 페레그린 착륙 불투명…스타트업들, 연착륙 가능할까
미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은 자사가 개발한 페레그린이 추진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달 착륙에 실패할 수 있다고 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페레그린은 이날 오전 2시 18분께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론치(ULA)의 로켓 ‘벌컨 센타우르’에 실려 발사된 가운데, 달 궤도에 안착해서 ‘세계 최초 민간 달 탐사선’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됐다. 성공한다면 미국 우주 역사상 51년 만의 달 착륙이다.
 
그러나 발사 약 7시간 후 애스트로보틱은 성명을 내고 “추진체 계통의 문제로 연료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현 상태에서 가능한 임무가 무엇인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탐사선이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태양을 바라봐야 하는데, 태양광 패널이 태양을 향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다. 이후 우주선 동체를 태양을 향해 바꾸는 데 성공했으나, 엔지니어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추진 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한 연료 누출 때문이란 점을 뒤늦게 파악했다.
 
페레그린 실패 가능성 소식에 BBC,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미국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휘청일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달 표면 탐사를 민간 기업에 의존하려는 나사의 전략은 의구심을 낳는다”며 “이들 민간 기업은 대부분 소규모 스타트업”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 일(IL)에 이어 지난해 4월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 올해 1월 애스트로보틱이 연달아 달 착륙에 실패하면서, 민간 주도의 달 탐사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진 것이다.
 
실제 미국이 연내 계획 중인 달 탐사선 발사는 페레그린을 포함해 총 6번으로, 모두 나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민간 기업 3곳이 수행한다. 애스트로보틱은 첫 주자로, 나사는 페레그린 개발에 1억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나머지 2개 회사는 인튜이티브 머신과 파이어플라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은 내달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나사는 향후 1~2년 안에 우주 비행사 2명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이른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민간 기업의 무인 달 탐사를 지원했다. 과거 1960년대 아폴로 프로그램와 같은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서다.
 
이에 나사는 2018년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차세대 달 탐사선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자금을 처음으로 받은 회사가 페레그린을 발사한 애스트로보틱스다.

CLPS 목표는 다수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 운용이다. 매년 2회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 발사를 전제로 한다. 나사는 무인 달 탐사선을 통해 인류가 달에 발을 딛기 전에 달 표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달에 장기 체류 시 화물 운송에도 탐사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르테미스 일정 줄줄이 연기…우주비행사, 달 착륙 늦어진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역시 민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보잉, 노스럽 그러먼, 록히드마틴, 스페이스X 등 여러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아르테미스도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이처럼 전하면서, 아르테미스 2호 임무가 애초 예정된 올해 말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진동 테스트 중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오리온 캡슐의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견돼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25년 후반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 임무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4명의 우주 비행사가 탑승하는 아르테미스 2호 임무는 달에 착륙하지는 않되 10일 동안 달 주위를 비행한 후 지구로 복귀한다. 2022년 아르테미스 1호 때는 마네킹을 싣고 유인 우주선 ‘오리온 캡슐’의 안전성을 검토했다. 우주 비행사의 달 착륙은 최종 단계인 아르테미스 3호가 돼서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