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임차인 찾는 분양전환형 임대주택…미분양 털기도 어려워

2024-01-10 17:28

대구 수성구 욱수동 분양전환형 민감임대주택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 [사진=박새롬 기자]

공급 후 2년 가까이 전세계약자를 찾지 못해 매달 청약 공고를 내는 등 분양전환형 민간임대주택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와 분양가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방건설이 2022년 4월 청약을 진행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현재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청약을 접수하고 있다. 해당 단지는 당시 1순위 모집에서 평균 경쟁률 10대 1을 기록했으나 총 공급 452가구 중 절반 이상이 미계약됐다. 이후 지금까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매달 한 번씩 청약을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12번 청약을 진행했다. 

은평 디에트르 더 퍼스트는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 84㎡ 임대료가 6억6000만~7억7000만원대인데 인근 은평뉴타운기자촌11단지, 은평뉴타운폭포동힐스테이트4-1단지 같은 면적 전세보증금은 이보다 적은 3억~4억원 선이다.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은 10년간 임대차 계약으로 거주하고 전세계약 만료 후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집값 폭등기였던 2020~2021년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2021년 청약 당시 경쟁률이 227대 1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고금리 지속과 대출 규제 강화, 분양가 상승 등이 겹치며 분양전환형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돌아서면서 장기간 임차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다. 

2022년 7월 공급을 시작한 뒤 지난해 3월 분양승인을 취소하고 물량 전체를 장기임대아파트로 전환한 대구 수성구 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는 10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미계약 물량이 남아 있다. 8년 장기전세형 민간임대인 경남 창원시 성산 삼정그린코아 웰레스트도 전용 59~84㎡ 172가구에 대한 청약을 지난해 10차례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3일 또다시 청약 접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월 1순위 청약경쟁률 0.22대 1에 그친 경기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도 미계약 속출로 지난해부터 전용 36㎡ 221가구에 대해 분양이 아닌 장기전세 민간임대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 임차인을 찾는 중이다. 

이는 장기전세 민간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시세 대비 임대료가 높은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10년간 임대료 상승 폭이 제한되다 보니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고, 확정 분양가가 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분양가 폭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은 "공사비 상승 등 집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감정평가 금액도 높아져 분양전환형 장기임대주택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공급한 주택에서 임차인들이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항의가 나오다 보니 공급하기도 어려워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며 8년, 10년 장기 임대를 거치기보다는 처음부터 온전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가 더 많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