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금감원이 가상자산 생태계 정원을 잘 가꾸기를 바라며

2024-01-05 05:00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나의 국가나 사회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파괴적인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혁신은 기존 시스템의 범위 내에서 효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을 뒤엎고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생명은 죽음이 있으므로 계속해서 진화하는 것처럼 사회가 본질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과 기존의 기득권 조직의 소멸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금융, 은행, 카드사, 증권사, 지급결제시스템은 본질적인 차원에서 도전받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돈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으로 변화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국경에서 보호받았던 은행, 카드사, 증권사, 지급결제사는 모두 인터넷을 통해 최대의 효용을 추구하려는 새로운 인류에 의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쉽게 말해 돈을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 가치전달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이 구시대의 인터넷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려고 하는 중이다. 현재의 인터넷 거인들은 새로이 나타난 혁신적 기업으로 대체될 것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삼성, 텐센트, 알리바바 등도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그토록 기존의 시스템에서 비난받고, 범죄에 많이 악용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새로운 범용적 혁신을 범죄자들이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상자산이 왜 전 세계적인 붐을 타고 지구인의 마음을 훔쳤을까?

그것은 바로 인류가 바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숱한 실험과 도전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 실패의 와중에 숱한 기업이 도산하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린다. 물론 지난 5년간 처음부터 고의적인 사기 수단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프로젝트라는 단어만 사용한 범죄도 자주 발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와 기득권의 비난도 수긍할 만하다.

한국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 젊은 투자자들이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인터넷도 충분히 성숙해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유럽과 일본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빨리 도입했다. 이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정말 좋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거래소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프로젝트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사기나 시장 조작을 통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두는 것에 중점을 뒀다.

어떻게 말해도 현재로서는 가상자산이 금융이라는 점, 투자자산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을 관리하는 금융감독원에서 장시간의 논의를 거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둬 이용자보호를 한다고 한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가진 혁신성과 중요성이 사기적인 여러 코인 프로젝트와 거래소에서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금감원에서 이런 문제점을 잘 보완해준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시대의 총아가 될 블록체인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금감원의 감독과 관리가 블록체인 생태계 정원에서 좋은 프로젝트는 보호하고, 잡초인 프로젝트는 솎아내는 국제표준이 될 수 있는 규칙과 제도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