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박근혜 커터칼 사건과 유사...판도에 어떤 영향 미칠까
2024-01-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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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 대통령, 유세 중 계란 맞아
비명계·이낙연, 진퇴양난에 빠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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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99일 앞두고 제1야당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야권은 정쟁을 멈춘 채 이 대표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여권 역시 자극적인 언급은 피하고 엄중한 수사와 함께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피습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야 당대표나 대선 후보들이 전국 단위 선거 직전 괴한에게 피습 당한 역사는 한국 현대정치사에 여러 번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여야는 물론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피습 사건이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던 중 50대 지모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오른쪽 뺨에 11㎝ 길이 상처를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게 언론에 보도됐고 퇴원 후 대전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며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혹은 비명계일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움직임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며 "가해자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원칙과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이 앞으로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것 같다"며 "당대표가 피습을 당해 병원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비판을 하거나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 대표 피습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정치인 신변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태순 평론가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첨예하기 짝이 없는 선거판에 정치인에 대한 신변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극단의 정치가 이 같은 비극을 낳고 있다며 여야가 협치를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진영 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고 언급했다.
박 평론가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공격"이라며 "여야 대표급 인사들은 상대방에게는 극단적 증오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