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 연설서 '국민' 22번 '동료시민' 10번 언급...지지층 결집 메시지
2023-12-27 04:00
ARS 임명 투표 96.46% 역대급 찬성률
기존 정치인과 다른 문법 호소력 강점
野엔 "586세대 청산" 사실상 선전포고
기존 정치인과 다른 문법 호소력 강점
野엔 "586세대 청산" 사실상 선전포고
'96.46%.'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받은 첫 득표율이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그가 정치권에 데뷔했다. 그가 취임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낸 국민의힘 동료 여러분들께"라는 표현을 자신 있게 썻듯이 당원들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 것이다. 검사에서 법무부 장관 그리고 집권 여당 수장으로 옷을 갈아 입은 그가 이제 험난한 정치 행보의 첫발을 내디뎠다.
국민의힘이 26일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한 한 비대위원장 임명 투표에서 전국 위원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해 그중 찬성 627표, 반대 23표로 무려 96.46% 찬성률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주호영 비대위’와 ‘정진석 비대위’ 표결 때보다 찬성률이 높아 ‘한동훈 비대위’에 당이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에서 속전속결로 이뤄진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안 ARS 투표에서 위원 정수 총 708명 중 511명이 투표해 찬성 463표와 반대 48표로 가결됐을 때 찬성률은 90.60%였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주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고 같은 해 9월 ‘정진석 비대위’가 출범했을 때 찬성률 90.17%보다 높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국민' '동료시민’이라는 단어가 10~20번 언급된 것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집행력과 실천력 있게 본분을 다하고자 한 것은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철저하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인사는 "개인적인 이익과 목적보다는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다는 큰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정치인과 언어나 문법이 달라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물론 1980년대 운동권 세대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장 소장은 "민주당에 대한 선전포고다. 내년 총선 콘셉트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당대표와 기득권, 586세대 청산을 총선 캐치프레이즈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이어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이 대표가 대통령 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 정치철학과 당내 인맥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은 정치 신인으로서 분명한 한계라 할 수 있다.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비대위 인선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안겨진 과제는 비대위 구성이다. 최대 15명인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돼야 한다. 비대위원장인 한 전 장관과 당연직인 윤재옥 원내대표·유의동 정책위 의장을 제외하고 12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1973년생으로 역대 보수 정당 최연소 비대위원장이라는 점에서 789세대(70·80·90년대 출생)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비대위원 구성은 좀처럼 갈피를 잡기 어렵다. 정치권에서 한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정도만 거론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오히려 정치인맥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지금 국민의힘의 가장 큰 숙제는 20년간 쌓인 인적 물갈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적 인연이 없는 데다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한 비대위원장의 연착륙은 정치적인 중재·협상 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여의도 문법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상명하복에 따라 수사하면 되지만 정치는 양단하듯이 할 수 없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생산적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계이자 단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