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혁신위 닻 올렸다···"규제 장벽 철폐"

2023-12-22 13:38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추진
의사과학자 선진국과 비슷한 3% 수준으로
"부처 간 벽 허물고, 정책 방향 명확히 해야" 지적도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위촉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아홉째)와 민간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민간 합동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혁신위)가 공식 출범했다.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통합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번 위원회 출범에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혁신위 출범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약 2조원 규모의 도전적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 ‘의사과학자’를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의 1.6% 수준에서 선진국 수준인 3%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혁신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12개 중앙행정 기관장과 분야별 민간위원 17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김영태 서울대학교 병원장,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과 함께 민간위원에는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날 혁신위는 △운영계획 △내년도 R&D(연구·개발) 투자계획 △규제 장벽 철폐방안 △의사과학자 양성 전략을 논의했다.

우선 바이오헬스 산업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종합 정책 패키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R&D 투자로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 2건 이상 창출, 바이오헬스 산업의 수출 규모를 2배로 늘리고, 핵심 인재 11만명 양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혁신위는 주요 과제인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등도 점검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고비용·고난도지만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해 향후 10년간 약 2조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 기관과의 글로벌 R&D를 각각 지원하는 내용이다.

규제 장벽을 지속적으로 철폐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이에 따라 혁신위는 ‘바이오헬스 산업현장 규제개혁마당’(가칭)도 신설한다. 규제 혁신의 ‘효자손 역할’을 수행하며 규제 장벽을 지속적으로 철폐한다는 게 혁신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위해 매년 92명의 의사과학자에게 연구에 전념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의사과학자 배출 수준을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의 1.6%에서 선진국 수준인 3%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7가지 주요 킬러 규제를 발굴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논의했다. △혁신적 의료기기 시장 선진입·후평가 제도 개선 △신약의 혁신가치 적정보상 및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첨단재생의료 환자 접근성 확대 △디지털 의료제품 허가 및 임상시험 규제 혁신 등이다.

한덕수 총리는 “세계 각국은 미래 산업을 주도할 바이오헬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미 국가 차원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라며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통해 현장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혁신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혁신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R&D, 규제 및 건강보험, 산업화 주체 간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임상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 지원 예산을 적절히 활용하도록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바이오헬스 관련 정부위원회들의 권한과 역량 한계를 개선사항으로 지목했다. 혁신위에서 결정된 정책들이 지속해서 모니터링되고 이행될 수 있도록 예산 조정과 같은 권한이 제대로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위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위원회들과 차이가 있지만 정책들의 이행과정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당초 기대해 왔던 컨트롤타워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