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지난 11~12일 베이징에서 열린 가운데 2024년 중국 당국의 주요 업무 변화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내년의 9가지 핵심 업무를 배치했는 데 그 중 1순위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현대 산업 시스템 건설'이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 혁신으로 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특히 획기적 기술을 의미하는 '전복성(顚覆性) 기술'과 선진기술로 신산업·신모델·신동력을 생성하며 '신품질 생산력'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거뒀다. 우선 5G 기술에서 큰 돌파구를 마련해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중국의 5G 네트워크는 커버리지가 넓고 스마트 교통·스마트 의료·스마트 제조 등 많은 영역에서 널리 응용되고 있다.

또 중국은 인공지능(AI) 개발에서도 NLP(자연언어 처리), ML(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등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이 기술은 스마트 고객 서비스, 스마트 보안, 자율주행 등 많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 외 유인 우주비행, 달 탐사 등 중국의 우주 기술 성과도 매우 독보적이며, 태양 에너지·풍력 에너지·수력 에너지를 포함한 신에너지 기술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는 자국의 경제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혁신에도 중요한 추진력이 됐다.

날이 갈수록 가열될 수 밖에 없는 중·미 강대국간 경쟁의 핵심은 과학기술 혁신, 특히 핵심 기술의 장악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미 간 과학기술 분야 경쟁은 5G 개발에서 반도체 칩, 인공지능, 우주항공, 바이오 및 양자기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중미 양국의 미래 발전과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과 목소리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과학기술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서로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경쟁이 가장 치열한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미국은 설계와 제조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 시장이다.

항공우주 산업에서 미국은 선진적인 항공우주 제품과 기술을 앞세워 여전히 세계 선두를 달리지만, 중국 또한 잇따라 우주탐사선을 달과 화성에 보내고 2030년 달 착륙을 목표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등 '우주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잠재력이 큰 경쟁 분야인 인공지능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은 현재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내년에도 인공지능, 5G,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중·미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여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배치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 시스템 건설'은 중국 경제의 미래 발전을 위한 전략적 포석일 뿐만 아니라 중·미 핵심기술 경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자세라고도 볼 수 있다.

매년 12월 중순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최고 지도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전원, 국무원 경제 관련 부처 책임자 및 31개 성·시·자치구의 경제업무 총괄 책임자가 모두 참석하는 중요한 회의로 지난 1년 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및 주요 업무, 내수 확대, 긴축 유지 등 다음 해의 중요한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