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전기차 시장 포섭"

2023-12-19 17:17

일본제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대표 철강 기업 일본제철이 미 철강 대기업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액의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 미국을 비롯한 인도, 동남아시아 등 철강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로이터통신,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은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배경에는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포섭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철강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에 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US스틸은 미국 시장 등을 포함해 우리와 경쟁상대가 아니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서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제철은 최근 몇 년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일본의 인구 감소로 인해서 전자제품 및 자동차용 고급 철강 수요 하락이 예상되는 등 자국 시장 축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내 생산 능력은 줄이되,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로 조강 생산 능력이 기존 6600만톤(t)에서 8600만t으로 늘어난다. 조강 생산 능력이 세계 4위에서 3위로 오르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지난해 태국 전기로 업체 2곳을 사들였고, 2019년에는 아르셀로미탈과 함께 인도의 에사르스틸을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캐나다 광산업체 테크리소스의 지분 20%를 13억 달러에 사들였다. 반면 2019회계연도부터 2025회계연도까지 일본 내 조강 생산 능력은 2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거액을 들여 US스틸을 인수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세계 4위 조강 생산국으로, 탄탄한 철강 수요가 예상된다. 특히 인구 증가와 함께 미·중 기술 및 무역 전쟁으로 제조업 부문이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점은 탄탄한 철강 수요를 뒷받침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 소비 자급률은 69%에 달한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일본제철이 전기차용 철강 제품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거대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관측했다. US스틸은 지난 10월 전기차 모터에 사용되는 무방향성 전자강판 생산라인을 지난 10월 가동했다. 이는 일본제철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로, US스틸의 생산 설비와 일본제철의 기술력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US스틸 인수로 현지에서 원료부터 강재까지 일관되게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현지의 강력한 철강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어 “US스틸의 생산 설비와 일본제철의 기술력 상승 효과로 전기차 강화를 추진하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판매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출 구조 역시 일본제철이 자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본제철의 2023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실적에서 북미에서 거둔 매출은 전체의 약 12%에 그쳤다. US스틸의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순매출은 168억 달러로, 일본제철이 같은 기간 북미에서 창출한 매출 약 9570억엔(약 67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다만, 미국 철강노조가 사측이 노조와의 소통 없이 일본제철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반발하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철강노동조합은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정부 규제 당국에 이번 인수가 미국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근로자에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할 것을 강력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