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법률 주치의' 우미연 변호사 "8개 경찰서 돌며 무료 상담"

2023-12-18 16:01
"정신과 의사 역할"…사기·채무불이행 단골 진단
"사기죄 성립 않더라도 법원서 신속 구제 가능"

우미연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우리]

"이제 나도 아는 변호사 동생 있다고 말씀하시라."
 
우미연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변호사가 고객의 협박과 폭언에 못 이겨 경찰서까지 발걸음한 A씨에게 건넨 말이다. 전자마트 직원인 A씨는 고객의 악성 괴롭힘에 시달려 왔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던 고객은 A씨의 가족까지 언급하며 막말을 일삼더니 종국에는 동생이 변호사라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우 변호사는 "이제부터 변호사 동생이 될 테니 당당하게 '나도 아는 동생이 변호사다'라고 말씀하시라고 연락처를 드렸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서 무료법률상담 창구에서 처음 만난 우 변호사에게 한 시간 반 동안 울화를 풀어냈다. 우 변호사는 "스토킹·정보통신망법상 협박 등 처벌 가능 조항과 대응 방향을 알려드렸다"며 "많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셨는데,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난다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한참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상담 후 잘 회복했고 대리로도 진급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셨다"며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로를 전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저 또한 행복하고 따뜻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A씨가 우미연 변호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전한 감사인사. [사진=우미연 변호사]
 
"계약 체결 단계서 조력 통해 분쟁 예방해야"
우 변호사는 현재 서울 관내 8개 경찰서의 수사민원상담센터, 장위1동 주민센터, 성북구청 무료법률상담, 서부지방검찰청 옴부즈맨 등 공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소송 단계에서 왜 이렇게 됐는지 설명만 해줘도 풀리기도 한다"며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설명했다.
 
'법률 주치의'는 우 변호사가 스스로 직에 대해 붙인 정체성이다. 특히 금전 거래 때문에 찾아온 시민에게 '사기'와 '채무불이행'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은 단골 진단서다. 사기는 '기망'이 전제인데, 주기로 한 돈을 안 준다고 하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흔히들 찾아오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맡은 우유 배달비 지급 건도 하나의 사례다. 지인 부탁으로 우유 배달 계약을 맺었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한 번도 값을 지불하지 않아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이 반려돼 억울하다는 민원인에게 우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아도 낙담하지 말고 법원에 채권이행소송 소장이나 지급명령신청서를 제출해 강제집행 권원을 확보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우 변호사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 변호사 도움을 받아 분쟁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상대방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굳이 자문받지 않는다"며 "계약 체결 당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대비해 강제집행 인낙(認諾) 공증을 받아두면 이후 판결을 받을 필요 없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구조 제도 따라 수임료 한 푼 없이도 승소 
우미연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변호사가 지난 12일 법무부 북한이탈주민 지원변호인로서 활동하며 겪은 북한이탈주민 지원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률사무소 우리]

공익 활동을 통해 맡게 된 소송도 책임을 다해 승소를 끌어냈다. 특히 탈북민 공동체 내에서 경계심이 적고, 사회 제도에 어두운 점을 악용한 사기가 빈번하다. 우 변호사가 맡았던 '가습기 사기 사건'은 기초생활수급자였던 피해자에게 '공짜 렌탈'이라고 속여 매달 가습기 렌털비 계약을 맺도록 한 사건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업체 측이 계약 불이행 보험을 들어 보험사 측에서 소송을 걸도록 손써 두기도 했다.
 
그러나 수임료 한 푼 없이 승소했다. 경제적 약자의 소송 비용을 지원해 주는 소송구조 제도에 따라 법원이 지급한 140만원이 우 변호사가 받은 대가였다. 그는 "보통 100만원 내외를 주는데,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판사님이 150만원으로 증액해 주셔서 고생을 알아주셨구나 싶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학부 시절부터 통일 및 탈북민 문제는 우 변호사의 관심사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통일법제 특별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의 북한 이탈 지원 변호사 등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이는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사람이 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소명으로 삼은 덕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통일부 2030자문단으로도 활동하게 된다"며 "통일 정책 제안과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