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반려인들에 법적 출구 제공…'동물 권리 주체' 인식 필요"
2023-12-10 15:00
청음, 2019년 국내 로펌 최초 '반려동물그룹' 설립
조찬형 대표변호사 "법 개정돼야 적절한 보상 가능"
조찬형 대표변호사 "법 개정돼야 적절한 보상 가능"
국내에서 반려인 규모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고와 그에 따른 법적 문제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민법상 반려동물은 아직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로펌 또는 공익변호사조차도 사건을 맡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청음은 국내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19년 반려동물 법률문제를 담당하는 '반려동물그룹'을 설립해 5년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그룹을 이끄는 조찬형 청음 대표변호사는 민법은 물론 다른 법령도 개정되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동물이 권리 주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변호사는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적은 분야여서 나서게 됐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반려동물 사안이 수익은 적으면서 수요는 너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반려인으로서 다른 반려인들에게 법적 분쟁의 출구를 제공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이 개정되고 판례가 바뀌어야 반려인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일단은 자문으로 심리적 위안을 얻거나 용기를 받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와드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변호사 필요한 사안 존재…사건 특수성 정확히 파악해야"
앞서 법무부는 2021년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을 신설해 동물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반려동물과 관련한 사건은 소위 '돈이 안 되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조 대표변호사는 "반려동물 사건은 주제가 '동물'이고 아직 우리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나 의료사고로 크게 다치더라도 손해배상금이나 보험금을 많이 받기 어렵다"며 "축산동물과 비교해 반려동물의 사고로 인한 사건 수가 많지 않아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영업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 사건은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자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변호사들이 사건은 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나아가 공익재단의 공익변호사도 공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려동물 사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는다"며 "동물 학대나 축산동물 복지에 관련된 이슈는 입법 개선이나 정책 개선 외 해결 방법이 없는 반면, 반려동물은 개인 간 대화와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변호사들이 나서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변호사는 "그런데 청음에서 반려동물그룹 자문을 수백 건 받아 보니 분명히 변호사가 필요한 사안이 있고 반려동물 사건의 특수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개 물림·의료 소송 자문…소유권 분쟁 문제도 증가
반려동물 사건의 경우 개 물림, 의료 소송, 분양 분쟁 문의가 많고, 최근에는 소유권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조 대표변호사는 "연인이나 룸메이트와 헤어지는 경우나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거나 양도한 경우 소유권 분쟁이 문제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많은 분이 이혼 사건과 같이 양육자와 강아지의 유대관계나 경제력이 판단 기준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소유권이 주된 판단 기준이 된다"며 "펫숍에서 구매한 경우 대부분 명의자가 소유권자이고 유기견의 경우 무주물선점 법리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민법 252조는 '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며 이를 '무주물선점'이라고 말한다.
조 대표변호사는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이는 사람들이 동물을 권리 주체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반려인 입장에서 동물이 인간과 같게 취급돼야 인간이 반려동물을 살상하는 경우 형법이 적용된다. 현재로서는 반려동물을 잔인하게 살상하는 경우에도 실형의 선고가 드물다 보니 그 처벌의 강화와 더불어 반려동물을 재물이 아닌 별개의 존재로 규율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빠른 민법 개정안의 통과를 바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다른 관련 법령의 개정 없이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적히는 것만으로 동물이 권리 주체가 될 수 없고 법원도 동물을 인간과 같게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다만 민법 개정안이 여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