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 '난색'에 중간배당 목표 4조→3.5조 하향 조정

2023-12-17 10:49
자회사 "한전 고통 분담 필요성 공감...대규모 금액은 부담"
한전, 이번주 중 발전 자회사에 중간배당 정식 요청하기로

 [사진=한국전력공사]

최악의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앞서 발전자회사들로부터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자회사들의 난색에 중간배당 목표를 3조5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동서·남동·남부·중부·서부 등 5개 발전자회사와 사전 비공식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중간배당 추진 목표액을 3조5000억원으로 낮춰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들은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러나 각 사의 재무 상황에 비춰볼 때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어려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발전자회사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인 데다 배당 요구 수준도 전례 없이 높다.

한전 자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1조원 이상의 중간배당을 요구받는 것으로 전해진 한수원은 올해 1∼3분기 1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 9월 말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수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모두 더해도 1조원이 겨우 넘는다. 이 중 상당액이 원전 건설 및 연료 구입비, 경상비 등 운영비로 쓰여야 할 돈이다. 이를 모두 중간배당에 갖다 쓴다고 가정해도 한전이 요구한 중간배당 수준에 못 미친다.

한전이 한수원 등 발전자회사들에 요구하는 중간 배당액(3조5000억원)은 지난해 한수원 등 6개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액(904억원)의 38배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연간 배당이 가장 많았던 2016년에도 6개사의 배당은 9044억원으로 1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전의 요구대로 중간배당이 결정되면 그만큼의 현금성 자산을 못 가진 자회사들은 회사채를 더 많이 발행하거나 금융권 차입 등으로 추가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수원 등 6개 자회사는 한전 요구대로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 근거를 갖추는 정관 개정을 했다. 한전은 이번 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자회사 개정 정관을 승인하면 이달 마지막 주 각 자회사가 추가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배당액을 의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이번 주 중반쯤 각 자회사에 정식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할 계획이며 이때 구체적인 액수를 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