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 대응"...조직개편 마친 재계, 새 경영전략 꾸린다

2023-12-09 09: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계가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하고, 새로 꾸려진 최고경영진들과 내년 경기둔화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등 복합 위기 대응을 위한 경영전략을 모색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14일부터 주요 경영진들이 모여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국내외 경영진들이 모여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먼저 14일에는 전사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15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가 각각 회의를 진행하고, 19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회의를 한다. DX 부문은 200여명, DS 부문은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한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경기 침체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전략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또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DX 부문은 가전과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의 수요 둔화에 따른 프리미엄 제품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DS 부문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황을 전망하고 초격차 기술 전략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사장단 협의회를 주재하고 미래 경영전략 방안을 모색했다.
 
LG그룹은 분기에 1번씩 사장단 협의회를 연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달 정기 인사 이후 처음 열린 최고경영진 회의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 등 새로 선임된 CEO를 포함해 총 40여명이 참석했다.
 
LG 최고경영진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에 경영 불확실성이 높고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LG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LG 경영진들은 이번 회의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해야 할 일에 더욱 집중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회의를 열고 내년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HD현대도 이달 초 경기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내년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3사의 임원진, 해외 법인장 등 130여명이 참석해 내년 사업 계획을 공유하고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워크숍 개회식에서 "그룹 내 핵심사업으로 성장한 건설기계 부문의 사업 전략과 시장 전망 가설들이 여전히 유효한지 치열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전날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경영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기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대표되는 장기 집권 체제에 변화를 안겨 조직 긴장감을 높이는 한편 7개 주요 계열사에 50대 젊은 경영자들은 대거 배치했다. SK그룹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선임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하고, 더불어 거버넌스 혁신까지 여러 도전적 과제를 실행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그룹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단 평균 연령을 50대로 낮추고, 계열사 대표를 14명이나 교체 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글로벌 부문 확장 및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신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을 통해 그룹 내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새 경영진들은 내년 1월에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새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