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의무폐지 무산되나] "시장 혼란에 정책 신뢰성도 흔들"..."대출규제 완화 등 필요"
2023-12-07 18:00
분양권 매물 잠겨 임대차 시장도 타격
"대출금리 인하 등 입주자금 마련 지원 필요"
"내년 초라도 규제 해제 전향적 고민을"
"대출금리 인하 등 입주자금 마련 지원 필요"
"내년 초라도 규제 해제 전향적 고민을"
정부가 연초 공언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개정안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은 물론 전매제한 완화로 이미 주택을 마련한 수요자들이 있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불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결과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혼선으로 시장 불안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법안 자체가 국회 문턱을 못 넘는 일은 흔하지만 정부가 법안 개정이 필요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전매제한 폐지를 개정할 때 실거주 의무 제도를 함께 논의해 개정하거나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된 법을 먼저 개정하고 전매 제한 폐지를 추진했어야 했다"며 "정책을 조급하게 추진하면서 야당 측 협조는 못 구하고 결국 국민들만 혼란에 빠뜨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약속과 달리 실거주 의무 규제 폐지가 미뤄지면 청약 당첨자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전향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에 당장 혼선이 있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벌금 유예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가 존속되면 정부 발표를 믿고 의사 결정을 내린 사람들, 특히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어렵다고 한다면 실거주 의무를 바로 하는 게 아니라 전체 보유 기간 중에서 실거주 의무를 채우면 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안 되면 전매도 어려워져 분양권 매물도 거의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권 매물이 안 나오게 되면 전세매물도 크게 감소하게 돼 임대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전매는 가능하지만 실거주는 지켜야 하는 것 자체가 모순된 부분이 있다"며 "잔금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나 분양권 양도차익에 대한 중과 문제 등도 있는 만큼 내년 초라도 실거주 의무 규제 해제를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매를 한 수분양자들이 전세로 해당 집에 들어가 거주하면 실거주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 자금 마련 지원책 등 대안도 제시된다.
서 교수는 "정부 발표를 믿고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민 등 기존에 전매제한 예외 대상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나 수분양자가 분양권을 거래한 후 전세로 들어가 사는 것도 실거주로 인정을 해주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입주 자금 마련 부담 때문에 입주 시점이 늦어지게 되면 입주율이 떨어지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연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금리를 낮춰주는 등 자금 마련에 숨통을 터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금 대출을 받는데 그 대출에 대한 이자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