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100일, 신속한 전력화에 역량 집중해야

2023-12-27 17:42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사진=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작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우리 군이 탐지에는 성공했지만 격추와 추격에는 실패했다. 탐지에서 대응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문제가 노출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드론사령부 창설을 지시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드론작전사령부가 창설되어 100일이 지났다.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은 중언부언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그 위력이 확인되고 있다. 10대 학생이 개인용 드론으로 러시아군 이동 경로를 파악해주면 튀르키예가 제공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전차를 공격하는 식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바이락타르를 숭배하는 노래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게임체인저라는 찬사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드론사령부를 ‘신속하게’ 창설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특히 각 군의 운용전력을 결합하는 합동전투부대라는 점에서 다영역 작전 환경에서 합동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에 창설된 육군 드론봇전투단이 토대가 되었겠지만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드론사령부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군의 드론 운용 인력을 통합 교육하는 전문 훈련장이 있어야 한다. 현재 공역 사용과 민간 지역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해 드론을 활용한 전투실험이나 교육·훈련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왕 통합사령부를 만들었다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규모로 전문 훈련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훈련장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주도할 드론의 전력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최신 드론을 적시에 도입할 수 있는 신속획득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드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몇 달 전에 구입한 드론이 하루아침에 구닥다리로 전락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 군의 획득 절차는 구매하는 데만 9년 걸린다. 최근 개정된 신속획득절차를 적용해도 5년이나 소요된다. 이런 획득 절차로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드론이 개발되는 시장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드론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튀르기예는 동일 플랫폼에 기반해서 파생형 무인기를 개발하는 데 1~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개발과 동시에 시험·개량·배치함으로써 빠르면 18개월 이내에 전력화를 끝낸다. 우리 군에서도 모듈화와 성능 개량은 1~2년 내에 완료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상용 기성품(off-the-shelf)을 구매하여 운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상용 드론을 구입하여 약간 개조만 한다면 훌륭한 무기로 탈바꿈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전술적 역량이다.

이 과정에서 드론사령부는 드론의 계열화와 모듈화를 통해 드론 전력과 핵심 기술의 소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드론 연구개발 실험실(test-bed)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산학연의 우수한 기술을 결합한다면 바이락타르 TB2를 능가하는 드론 개발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드론사령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K-방산의 새로운 축포를 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국방부와 합참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드론사령부가 창설되었지만 부대 형태만 갖춘 셈이다. 정작 중요한 것이 실질적인 지원이다. 전력, 편성, 시설 등 여러 방면에서 부족한 게 많다. 국방부가 챙겨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드론 전력의 신속한 전력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드론은 전차나 자주포와 달리 기술 혁신이 수시로 일어나는 영역이다. 국내외 드론 기술 발전 추세와 주변국 드론 전력의 확대, 북한의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신속획득프로세스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