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큰 어른' 자승스님 영결식 엄수
2023-12-03 15:13
11월 29일 소신공양으로 입적, 장례 조계종 종단장으로
영결식 마친 후 법구 용주사 연화대로 이운해 다비식 봉행
영결식 마친 후 법구 용주사 연화대로 이운해 다비식 봉행
신자 비롯해 1만여 명 영결식 참석···자비섭화 원력 가슴에 새길 것
3일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고(故) 자승 스님(세수 69년·법랍 44년) 영결식이 봉행됐다. 이날 종단장에는 불교 신자 수천 명을 비롯해 종정 성파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조계종 주요 인사와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 국회 불자 모임 정각회 회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 정계 인사,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조계종은 추도문에서 “자승 큰스님께서는 만나는 대중마다 그 근기에 맞게 자애의 가르침을 보여 용기를 주고 새로운 길을 찾게 하셨다”면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큰스님께서 남기신 자비섭화(慈悲攝化) 원력과 행장을 가슴에 새기고 큰스님께서 마련하신 초석 위에 종단 미래의 당우를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원력의 씨를 뿌리자는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영결식 후 조계종은 스님 재적 본사인 경기 화성 용주사로 법구를 이운해 다비식(스님 시신을 화장하는 불교식 장례 절차)을 거행했다.
사찰 재정 투명화 발판 마련···승려들 큰 지지
1954년 4월 강원 춘천에서 출생한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출가했지만 아직 스님이 되지 않은 남성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를 수지했다.조계종 재무부장·총무부장, 중앙종회 의원·의장을 역임한 자승 스님은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를 얻으며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해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33·34대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이끌었다.
자승 스님은 승려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사찰예산회계법’ ‘사찰운영위원회법’ 등 종법을 개정해 사찰 재정 투명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자승 스님은 조계사 성역화 불사와 승려 복지를 위한 기틀 마련 등 종단의 오랜 숙원사업들을 해결하기도 했다.
총무원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상월결사’라는 단체를 만들어 부처님 법을 전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국내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나섰으며 올해 초에는 인도·네팔 등 8대 성지를 순례했다.
소신공양으로 입적···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
자승 스님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난 화재로 입적했다. 요사채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을 뜻한다. 갑작스러운 입적으로 의혹도 일었지만 조계종은 소신공양을 통한 입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국 불교와 종단을 잘 이끌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자승 스님 유언장 3장이 공개됐다.정부는 자승 스님이 한국 불교의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이웃 종교와의 교류 협력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했다며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국민훈장(5등급) 중 1등급에 해당한다. 훈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계사에 마련된 자승 스님 분향소를 찾아 직접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