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前법무차관,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2023-11-30 12:05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2심 선고를 마친 뒤 서울고법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이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인멸교사죄와 관련해 증거의 성격, 교사 행위와 정범의 실행 행위 간 인과관계, 방어권 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2020년 11월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택시 기사를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합의 과정에서 택시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았다. 

사건 직후에는 서초경찰서에서 내사 종결됐지만 이 전 차관이 2020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언론에 보도되자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에게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 경찰은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건을 다시 수사한 검찰은 운전 도중 범행한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여파로 이 전 차관은 2021년 5월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재판에서 이 전 차관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택시 기사에게 건넨 돈이 합의금에 불과하다며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2심은 이 전 차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이 당시 운전자에게 폭행 영상 삭제를 요청한 후 수사를 앞두고 허위 진술을 할 것도 요구했다"며 "이후 운전자가 조사 과정에서 영상을 삭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전 차관 요청과 영상 삭제 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