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부도덕성 논란'에도 준공영방송 차지하나?…YTN 노조 "매각 중단이 상식"
2023-11-29 09:17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YTN·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에 관한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유진기업이 지난 15일 방통위에 YTN 최대주주변경 의결 신청을 낸 지 14일 만이다. 이날 회의 안건은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한지 불과 수 시간 만에 전격 결정됐다.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정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표결 전 YTN 민영화를 확정 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소유한 YTN 지분(30.95%) 낙찰자가 유진이엔티라고 발표한 바 있다. 유진이엔티는 유진기업 51%, 계열사인 동양이 49%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언론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4당은 방통위가 YTN민영화를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해당 안건이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유진기업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부터 심의·결정까지 소요 기간이 불과 보름 남짓으로 과거 전례가 없는 속도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유진그룹이 심사를 신청한 지 보름도 안 된 29일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 졸속 심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또 “졸속을 넘어 날치기로 진행되고 있는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를 멈추라는 효력 정지 소송 심문 기일이 다음달 4일 잡혔다”며 “방통위는 언론장악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하게 매각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절차를 중단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방통위는 통상 60일이 걸리는 심사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며 YTN 매각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방송법 제15조의2 ‘최다액출자자 등 변경승인 등’ 조항에 근거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보호 △그 밖에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 기준에 유진기업이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그룹, ‘검사뇌물·상습담합·주가조작’ 등 부도덕성 도마…“YTN 최대주주 자격 의문”
이에 대해 언론노조와 야당은 유진그룹 계열사와 오너가 저지른 과거 불법·불공정 사례를 거론,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이자 준공영방송인 YTN의 최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진기업이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기준에 현저히 미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그동안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부도덕성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동생인 유순태 전 EM미디어 대표는 과거 특수부 검사들에게 내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유진그룹에 대한 내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검사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다.
유 회장은 2012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김광준 특수5부장검사에게 5억40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돼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유순태 전 대표도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진그룹은 오너 범죄사실이 불거지며 2017년 기획재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유진그룹은 로또복권 2기와 3기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4기 입찰을 앞두고 유 회장의 형이 확정돼 입찰이 제한됐다. 복권위원회 규정상 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지 5년이 지나지 않으면, 입찰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진기업은 상습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기도 했다. 유진기업은 2020년 7월 공정위로부터 레미콘 관련 상습 답합을 이유로 과징금 33억8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11월에는 조달청으로부터 같은 이유로 입찰참가가격제한 6개월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는 2021년 3월과 지난해 2월에도 담합을 이유로 유진기업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과징금 2억1000만원, 19억원을 부과했다.
유진기업은 2018년 12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면서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적립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3억5970만원과 감사인 지정 1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2020년 발생한 파주시 석재 생산 현장에서 관계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 관련 제재로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진그룹의 부도덕성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다. 유진그룹의 주력 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주가조작 의혹으로 국가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018년 태양광 관련 코스닥 회사의 주가가 급등할 당시 회사 임원이 작전 세력과 함께 이 회사가 투자한 해외 바이오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될 것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호재를 퍼뜨려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다. 6월에는 회사 영업이사가 불법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 역시 불거졌다.
유진기업은 노조탄압 의혹도 받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유진기업이 유진기업노조 관련 기사를 삭제 요청해 노조의 언론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부당 노동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기업이 지난 9월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것을 두고 부당 노동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 유진그룹은 지난 2015년 유진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천안기업이 유진그룹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인 유진기업을 통해 80억원대의 부당 지원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달 YTN 최대주주 우선협상자가 된 후 “YTN의 지분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후 언론계·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에 추가 입장 표명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방통위 전체회의와 YTN 인수를 둘러싼 비판 여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 질의에 “표명할 입장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반면 YTN 노조는 전날 성명에서 유진그룹을 향해 “지금이라도 YTN 지분 인수를 포기하고 그러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방통위에 절차적·실질적 정당성을 갖춘 심사를 요구하라”며 “무도한 언론장악 행태가 역사의 심판을 받을 때, 유진그룹도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임오경 대변인 역시 “유진그룹은 각종 의혹으로 그 자격을 의심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철저한 검증을 약속하지는 못할 망정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으니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