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뇌물' 사주가 보도전문채널을?…'YTN 낙찰' 유진그룹 적격성 논란

2023-11-06 16:04

[사진=성상영 기자]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만 앞두고 있다. 하지만 회장의 형사처벌 전력, 지주사의 상습담합 혐의 등 유진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공공성·공익성을 표방하는 방송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언론계에 따르면 YTN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한전KDN·한국마사회가 YTN 최종 인수 후보로 유진그룹을 낙점했다. 유진그룹은 두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 1300만주(30.95%)를 3199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은 증권·금융과 제조업 등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이다. 지주사 유진기업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YTN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유진그룹이 YTN의 새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요 심사 내용은 △방송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과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 보호 △대기업·언론사·외국인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 규제 등이다.

그런데 유진그룹이 YTN을 낙찰 받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적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는 특히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내사 무마를 대가로 특수부 검사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점을 문제 삼는다. 방통위 심사 내용 중 '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 회장은 이 혐의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유 회장의 유죄 확정으로 유진그룹은 2018년 3월 10년간 운영해 온 나눔로또 복권사업 재계약에도 실패했다. 복권위원회 자격 기준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대표자나 최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기업은 사업 참여를 할 수 없다.

지주기업인 유진기업이 상습 레미콘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도 방통위 심사를 통과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복권사업은 수탁사업자에게 도덕성, 사회적 신용 등을 갖추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보도전문채널 역시 고도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 산업"이라며 "과거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이유로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복권사업 참여를 못하도록 했다면 보도전문채널에도 비슷한 잣대를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전문채널은 방송시간의 80% 이상을 뉴스로 보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과거 뇌물 혐의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담합 등의 공정성, 공공성을 크게 저해하는 사건에 연루된 기업이 YTN을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진그룹 측은 방통위 심사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특수부 검사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유 회장이 유죄를 받은 건에 대해 "당시 기소액은 '대여금'으로 인정됐고 원금은 모두 돌려받았지만 이자상당액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건"이라며 "10년 전 일이지만 법률적으로 철저히 살피지 못한 점이 있으며, 앞으로 더욱 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격성에 대한) 심사는 방통위에서 할 일"이라며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