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혁신위 '주류 용퇴론' 정식 건의...지도부는 또 '선 긋기'

2023-11-28 00:00
국민의힘 27일 비공개 회의..."불출마와 험지 출마는 개인의 선택"
'경선 가늠좌' 당무감사 결과 발표...대대적 '물갈이' 시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는 30일 당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들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를 정식 건의안으로 채택하면서 당 주류 세력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권고 수준이던 '용퇴론'을 혁신위의 공식 의결을 거쳐 지도부에 정식으로 요구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혁신위 결정의 효력 범위에는 선을 그었다. 용퇴론을 비롯해 아직은 의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조만간 출범하는 공천관리위원회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27일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공관위에서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가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을 겨냥,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지도부에서 따로 이야기되지 않았다"며 "혁신위가 최종적으로 정리해 건의·요청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시 한번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최고위에서 공식 의결할 성질의 안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청년 비례 50% 할당 등 혁신위가 제안한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공관위나 총선기획단에서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공천 관련해 불가피하게 공관위가 의결해야 해서 당 최고위나 지도부도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혁신안의) 정신과 원칙이 반영되도록 공관위가 구성되면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주류 용퇴론'이 담긴 2호 혁신안과는 달리 상향식 공천 관련 4호 혁신안과 과학 분야 관련 5호 혁신안은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호 혁신안에는 모든 지역구에 대해 전략공천 원천 배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 전과자의 공천 원천 배제 등이 담겼다. 5호 혁신안은 내년 총선에서 과학기술 전문가 인재에 대한 전략 공천과 24개 장관급 부처에 과학기술 혁신 정책자문관 제도 도입,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보좌관 신설 등을 포함한다.
 
박 수석대변인은 "공천 관련 혁신안은 지도부의 긍정적 입장을 공관위가 최대한 수용하고, 선거 관리 차원에서 잘 적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기현 대표가 지난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어 출마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2호 혁신안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각자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같은 날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른바 '엄격한 컷오프'에 시동을 걸었다. 당무감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무감사는 전국 204개 당협위원회를 대상으로 했다. 감사 결과는 공관위에 전달되기 때문에 총선과 경선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당무감사에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여론조사 결과 등이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