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도 취업 안돼"…中, 대학원 지원자 9년 만의 감소세

2023-11-24 14:00
석사 졸업생 넘쳐나...스펙 쌓기 도움 안 돼
경기악화로 급여도 대졸자보다 낮아
고용한파에 구직의사 잃은 청년도 다수

지난 4월 중국 충칭시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청년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에서 대학원에 가길 희망하는 청년이 9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침체되자 고학력이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23일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도 카오옌(考硏·대학원 입학시험) 지원자수는 438만명으로 전년(474만명) 대비 7.6% 줄었다. 카오옌 지원자수가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2015년도 이후 처음이다. 

2000년 39만여명에 불과했던 카오옌 지원자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밑으로 내려간 2017년도(201만명)를 전후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후 정부가 취업난 해결책으로 대학원 입학을 제시하면서 대학들이 정원을 대폭 확대했고, 2020년도에 300만명을 돌파, 2022년도에는 400만명을 뛰어넘었다.

청년들 또한 취업에 대한 부담과 불안으로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면서 석사 학위는 더 이상 특별한 스펙이 아닌 게 됐다. 석사 졸업장으로는 취업의 벽을 허물기 어려워지자 대학원을 선택지에서 제외한 청년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천즈원 중국교육발전전략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은 "과거 일부 학생들은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석사 졸업생이 크게 늘어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청년보는 "학부 졸업생 대비 석사 졸업생 비율은 2012년 35%에서 2021년 58%로, 박사 졸업생 비율은 5.8%에서 9%로 증가했다"며 "10년 동안 전국 800여곳 대학원에서 710만여명의 석박사를 배출해 낸 셈"이라고 짚었다. 

공급이 넘쳐나면서 석박사 졸업생들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한 만큼의 대우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중국 100대 명문대 석사 졸업생이 훠궈집 청소부로 일한다"라는 기사가 화제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칭베이푸자오(淸北復交)'로 불리는 중국 4대 명문대인 칭화대·베이징대·푸단대·상하이 자오퉁대 석사 졸업생들마저 “경기가 좋지 않아 석사 졸업생이 일자리와 급여가 대졸자보다도 못하다”고 토로한다. 

고학력 인재 급증으로 오히려 전문대 졸업생들이 고용시장에서 더 환영받고 있는 추세다. 최근 둬징교육연구원이 발표한 ‘2023 중국 교육산업 발전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전문대 졸업생의 취업률이 학부생 취업률을 웃돌고 있다.

암울한 현실에 대학원 진학은 물론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도 나온다. 산시성에 거주하는 한 청년은 "대학원 진학해도 취업 안되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굳이 돈을 쓰냐"며 "차라리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족'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