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34조 투자받는 英, 경기 부양에 34조 붓는다
2023-11-23 18:02
소비 악화ㆍ실업률 급등에 고심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약속 받은 영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다. 영국은행(BOE)의 긴축 장기화에 국민들의 곡소리가 이어지자, 이에 대처하기 위한 차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이 선거를 앞두고 210억 파운드(약 34조원) 규모 부양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헌트 장관이 발표한 문서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에 67억 파운드(약 10조원)를 사용하고 이듬해 143억 파운드(약 23조원)을 사용한다.
헌트 장관이 이 같은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든 것은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책임국은 향후 영국 경제 성장률이 △2024년 0.7% △2025년 1.4% △2026년 1.9%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봤다. 경제가 성장하기는 하지만, 이는 모두 최초 잠재성장률 예상치를 하회하는 것이다.
현재 영국 경제는 생산과 소비 모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영국 제조업 지표는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소매 매출액도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영국 통계청(ONS)은 생활비 급등이 이러한 생산, 소비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업자도 11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찍었다.
헌트 장관의 부양책 발표 소식이 전해진 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내년 영국 성장률 전망을 종전 0.2%에서 0.4%로 상향했고, 골드만삭스 역시 종전 0.6%에서 0.7%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대규모 부양책에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영국 정부의 공공 부채 비율이 60년 만에 최대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영국의 공공부채가 기준 2조6000억파운드(약 4442조원)로 불어나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고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00.8%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영국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KPMG UK의 야엘 셀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 정책은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국 총리실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210억 파운드(약 34조원) 규모의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