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생성형 AI와 일자리의 미래, 수요에 따라 대응하라

2023-11-24 05:00

박동배 가트너 시니어 어드바이저 [사진=가트너]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으로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AI로 인한 일자리 격동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AI와 자동화에 대한 투자가 해고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경영진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AI를 근거로 거론하고 있고 IBM은 공개적으로 백오피스 직무에 대해 채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며 AI와 자동화로 대체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제 생성형 AI는 투자 여부를 결정할 시기를 지나 얼마나 빨리 도입할지를 결정해야 할 만큼 성장했다. 이에 따라 투자 주기 역시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진은 생성형 AI가 각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질문을 마주한다.

경영진은 AI가 일자리와 역할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현재 대부분 모델이 기존 역할을 분석하여 AI가 사람을 대체할 잠재적 사용 가능성만을 추정하는데, 여기에 미래 수요에 따라 투자할 인재·기술 분야를 결정하는 시장 동인, 새롭거나 발전된 기술을 팀 구성에 고려하는 기술 동인을 추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인력 전략을 수립·조정해야 한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장과 AI 혁신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여 인력 영향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AI 투자를 통한 혁신 정도를 가로축, 비즈니스 상황과 수요 규모를 세로축으로 해 전략을 배분·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먼저 결정되는 세로축 수요는 증가·유사·감소 등 3단계로 구분되며 이는 팀의 아웃풋에 대한 미래 수요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AI의 혁신 잠재력을 평가하는 가로축은 기존 산업과 역할의 경계 내에서 혁신하는 어시스턴트로서 AI, 경계를 허무는 파트너로서 AI, 새로운 경계를 창조하는 게임 체인저로서 AI 등 3단계로 분류된다. 어시스턴트로서 AI는 기존 업무 패턴을 쉽고 빠르게 만드는 데 그치고, 파트너로서 AI는 사람들이 제품·서비스에 접근하는 방식과 기대하는 경험 수준을 변화시킨다. 게임 체인저로서 AI는 기계 고객, 증강 관리자 등 새로운 자율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들을 가리킨다.

이 두 축을 결합하면 9개로 분류하는 '상황 매트릭스'가 만들어진다. 경영진과 HR은 각 부서 리더들과 협의하여 각 상황에 맞는 접근 방식을 파악하고 인재 혁신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경계 내에서 작용하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는 확장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즉, 이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어 사람이 더 적은 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우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AI가 경계를 허물지만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측되면 틈새 혁신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분화된 제품이나 새로운 가치 제공 방식을 테스트하여 합리적인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상황 매트릭스를 구축한 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들이 누적될 것이다. 이것이 채용 문제나 조직의 기능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업무를 돕는 어시스턴트로서 AI를 활용하면 인력 비율이 점점 감소할 것이고 고용된 소수 인력에게는 더 높은 생산성이 요구되면서 향후에는 인재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럴 때 경영진은 남은 역할들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너럴리스트 역할로 포함해야 할 것이다. 

또 업무 범위를 넓히는 파트너로서 AI를 활용하는 조직에는 성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와 인간의 작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더 창의적으로 활용해 성과 수준을 높이는지 여부다. 경영진은 이러한 통찰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을 고용하거나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모아 팀을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게임 체인저로서 AI를 활용하는 조직들은 현재 업무 수준이나 범위에서 벗어나 미래에 초점을 맞춰 나간다.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AI 기반 제품·서비스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거나 자동화된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하는 활동 등을 하는 데 확연히 적은 인력을 활용하고 다양한 조건에 쉽게 적응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 모델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렇듯 생성형 AI는 인력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기와 영향력의 정도는 다양할 것이다. 게다가 많은 역할이 노후화하고 약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역할 또한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경영진이 기술·비즈니스 투자 계획에 부합하는 인력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와 혁신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 뒤 정기적인 검토 주기를 거치며 미래지향적 인력 계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경영진은 조직이나 팀뿐 아니라 자신의 전략에 대한 AI의 영향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