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해는 채권 강세"....경기둔화 조짐에 채권 시장 강세

2023-11-23 05:00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연말 들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을 종료한다는 신호를 비치면서 내년에도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다만 회사채시장은 기업 실적 둔화가 나타나면서 불안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과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올랐던 2022년을 제외하고는 짝수 해마다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채권 금리는 추세적으로 계속 떨어졌다. 금리를 인하하다 보면 사이클이 오는데 짝수 해에는 상대적으로 떨어져 내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2023년까지 집계한 결과 3년물 기준 짝수 해에는 항상 채권 수익률이 줄곧 강세를 보였다. 이 중 1998년이 전년 대비 773bp(1bp=0.01%포인트)까지 하락해 7.23%를 기록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기조를 종료한다는 분위기가 채권시장에 돌면서 장단기물은 이미 선반영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3bp 하락한 3.644%, 10년물은 전일 대비 2.9bp 하락한3.726%를 기록했다. 미국 채권시장도 강세로 마감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72bp 하락한 4.392%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가 예정된 만큼 회사채시장은 불황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의 고금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채 규모는 커지고 펀더멘털이 약화된 경제주체는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대표적으로 하이일드 등 저신용 기업들,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관련된 이슈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로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은 올해 2분기까지 견조한 이익과 재무 상태를 유지했지만 최근 부채비율이 반등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당 주체에 대한 부채 위험이 확대되면서 올해 초 발생한 중소형 은행권 사태와 유사한 금융 불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며 경기 둔화 압력도 커질 소지가 있다”고 했다.
 
앞서 AA- 회사채 등급과 A+ 등급 간 스프레드는 지난 3월 3일 70.5bp까지 벌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등급 중에서는 레버리지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건설사와 최근 발행량 대비 상환율이 오른 여전채(캐피털)들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로 이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한 뒤 채권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국채, 특수채, 회사채 등을 합한 상환액은 지난 9월 78조원으로 발행액(74조원) 대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높았다.
 
아울러 지난 5월 외국인들이 중국 투자 시장에서 국내 채권시장으로 옮겨오면서 매달 17조원가량 순매수세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국채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순매수 금액은 반 토막 났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4년 미국 3회(75bp), 한국 2회(50bp) 등 연간 최대 인하 폭을 예상한다”면서 “최소 2025년까지 양국 기준금리 중립금리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다. 금리 역전 현상도 지속돼 장기 금리는 미국 국채 발행 증가 부담이 소화되면서 계단식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