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R&D 투자 12년째 매출액 1% 미만···기술 경쟁력 흔들

2023-11-21 15:42

[그래픽=아주경제]
대형 건설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착 최근까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2년 동안 매출액의 1%도 R&D에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단순 시공에 집중하는 사업을 영위해온 탓에 기술 경쟁력 강화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최근 국내 건설 경기 악화로 해외 수주를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해외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대형 건설사들의 R&D 투자 규모가 매출액의 1%를 하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 중 8개사(삼성물산·호반건설 제외)의 올해 1~9월 연구개발비 합계는 3878억원이다. 이 기간 매출액 합계가 51조5806억원임을 감안하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0.75%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올해 4분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R&D 투자 비율이 1%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R&D 투자 비율이 매출액 대비 1%에 못 미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12%를 기록한 이후 올해까지 12년 연속 1%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1%를 넘어섰고 DL이엔씨(0.95%)가 이에 근접했을 뿐 SK에코플랜트(0.59%), 롯데건설(0.5%), 포스코이앤씨(0.42%), 현대엔지니어링(0.35%)는 시공능력 10위권의 R&D 투자비율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다른 산업권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대기업이 1.7%, 중견기업이 1%로 파악된다. 이에 비춰보면 대형건설사 다수가 일반 중소기업보다 R&D 투자를 등한시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속 투자가 어려운 환경이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건설사보다는 덜하지만 대형건설사 역시 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극심하게 나타나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기술 경쟁보다는 저가 수주 위주의 사업 방식을 영위한 탓에 투자가 극도로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투자 관행이 이어지면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개선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수주에 만족할 뿐 더욱 큰 수익이 남는 원천 기술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 2009년 수주한 UAE 원전 사업에서 시공을 맡은 국내 건설사보다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벡텔사가 원전 설계와 기술자문료로 더 많은 수익을 얻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사도 가격 경쟁을 위주로 공사를 수주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원천기술, 기술력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최근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해외로 나가야하는 상황에서도 R&D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해외 건설사와 기술 경쟁력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