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 3년 만에 마무리..오늘 구형

2023-11-17 09:11
피고인 최후 변론도…李, 무죄 주장 예상
수사기록 19만쪽...선고는 이르면 내년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당 합병·회계 부정'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건의 1심이 3년 만에 마무리 단계를 밟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연다. 이 회장이 기소된 지 3년 2개월여 만으로, 이날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추도식이기도 하다.

결심 공판 오전엔 검찰이 공소사실에 대한 최종 의견과 피의자별 구형 의견을 밝힌다.

오후에는 이 회장 측 최후 변론이 예정돼 있다.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이 회장은 직접 무죄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수사 기록만 19만쪽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러야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장의 혐의는 크게 주가 시세 조종과 분식회계 등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 이 회장이 합병 과정을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 여부로 나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본다.

이러한 부정 거래로 삼성물산 기업 평가 절하와 투자자 손해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삼성물산 이사들이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은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됐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본다.

애초 이 회장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는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강제 효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