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눈속임] 관세율 인하 남발에…수조원 세수 펑크

2023-11-17 05:00
8월까지 세수감소 1.6조, 연간 2조 넘을 듯
GDP 순증 효과, 줄어든 세수 4분의 1 불과
"업계 피해 우려, 단기 정책으로 활용해야"

[사진=연합뉴스]

수입 관세율을 기본세율보다 낮게 적용하는 할당관세 조치로 올해에만 2조원을 훌쩍 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할 전망이다. 고물가 기조 속에 수입품 가격이 뛰어오르는 걸 막기 위해 관세율 인하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순증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아 단기 처방에 불과한 할당관세 카드에 의존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관세 수입은 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800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할당관세로 인한 국세 수입 감소는 1조6509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할당관세 운용 계획상 세수지원(세수 감면) 규모인 1조74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할당관세는 국내 물가 안정 등을 위해 특정 수입품에 기본세율보다 낮은 수입 관세율을 적용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최근 할당관세 세수지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2019년만 해도 4709억원 정도였다가 지난해 1조9694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할당관세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전년(6758억원) 대비 191.4% 수준이다. 올해도 8월까지 1조6000억원을 넘은 상황이라 연말 기준으로 2조원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해 할당관세 조치에 따른 GDP 순증 효과는 4914억원에 그쳤다. 관세율을 인하해 줄어든 세수 감소분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소고기·돼지고기 등 도축육과 닭고기, 채소 할당관세로 인한 GDP 순증 효과는 각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할당관세 시행으로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정량적 대신 정성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제도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여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고 설명했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할당관세 카드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할당관세는 물가 상승기에 수급을 맞추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세수 결손이 심각한 와중에 대증 요법에 가까운 할당관세 조치를 남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를 낮추면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이득이지만 국내 업계는 가격 하락, 외국산과 경쟁 심화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할당관세는) 단기 정책으로 써야 하는데 최근에는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