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로에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식어가는 성장엔진 개혁 시급…불통 정치에 '쓴소리'

2023-11-14 05:00
내년에도 적자예산…유일호 "미래세대에 빚 떠넘겨선 안돼"
3대 개혁 성과 없어…이종찬 "21대는 실패한 국회"
혁신위 꾸린 양당…박찬종 "자생적인 의사 능력 상실"
김현 "정파 이익 따르는 정치인, 국민 화합 저해"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 팬데믹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평균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헤매고 있다. 성장동력이 식어가는 가운데 정치는 대화와 소통을 망각한 채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모습이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우려스러워 국가 원로급 인사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위기 해법을 물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는 "재정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른 상태에서 정부가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미래 세대 부담이 격심해지는 탓에 건전재정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유 전 부총리는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한 원인으로 '규제' 허들을 꼽았다. 그는 "여전히 없애는 규제보다 새로 생기는 게 더 많은 실정"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유지해 기업 활력을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 전 부총리는 "노동 개혁의 성장 촉진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양대 노총이나 대기업 노조에 불리한 듯 보일 수 있지만 노동 시장 전체로 보면 굉장히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 활동이 활발한 독일에서도 노동 시장 개선을 위한 이른바 '하르츠 개혁'을 추진한 사례를 들며 개혁 시점을 더 미뤄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종찬 광복회장 [사진=광복회]

정치권 원로들도 정쟁에만 몰두 중인 세태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4선 의원 출신의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번 정부가 연금·교육·노동개혁을 약속했지만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견제로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21대 국회를 '실패한 국회'로 규정하며 장관 탄핵과 각종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난무하는 작금의 국회는 과거 군사 정권 때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이 꺼내 든 '이념' 어젠다에 대해서는 "북한은 우리 국력의 5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국력 격차만 봐도 이념 논쟁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일축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도 이념 논쟁의 부작용으로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의 '9·19 군사합의' 파기 시도 역시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북한에 도발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지연설을 하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5선 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지역주의'를 우리나라 정치의 최대 병폐로 지목했다.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야 모두 정당 민주화에 실패했다는 박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정당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재명을 위한 정당으로 몰락했다며 양당이 공히 혁신위원회를 꾸렸다는 것 자체가 자생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창]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도 정파 이익만 추구하는 정치권을 국민 화합의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 협력 강화와 대의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국가 이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큰 그림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유엔을 중심으로 침략자를 강력히 응징하고 국제 협력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줘야 한다"며 "국내적으로는 풀뿌리 공천으로 불리며 국민이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미국식 선거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