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시대, 인재 패러다임 바꿔라]생성형 AI시대...반도체 업계, 융합형 인재 확보에 사활

2023-11-14 21:58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초저출산, 초거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반도체 업계 인재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나노단위로 진화하고, 생성형 AI가 부상하면서 인류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기술 인재 부족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자리한 만큼 한국도 인재 양성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분야 '융합형 인재'로 초저출산문제 극복
반도체 업계는 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조직문화 개편으로 기술 인재 부족을 적극 대처하고 있다. 14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021년 17만7000명에서 오는 2031년 30만4000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만5000여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한 셈인데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직업계고, 대학(원) 신규 졸업자 등을 합쳐 5000여 명에 불과하다. 인력 투입률이 3분의 1에 불과해 이대로면 반도체 산업 패권 전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섭형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기술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를 운영하며 설비, 인프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4년제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입사 3년차 직원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지역 전문가' 제도, 직무전환, 사내교수제도 등도 모두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SK하이닉스도 사내대학인 SKHU를 통해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SKHU는 반도체 전문가 육성을 위한 학습 플랫폼으로 SK하이닉스 퇴직 임원이 전문 교수진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특화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 미주 R&D(연구개발)센터, 해외 법인·파트너(BP) 등과 연계한 글로벌 업무 체험 프로그램인 'GXP'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사내 잡 마켓 시스템인 'CGP'를 통해 국내외 인재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양사는 반도체 인재 초기 선점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연세대, 포스텍,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국내 7개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9년까지 매년 450명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서강대·한양대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CEO들도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사장은 최근 서울대, 카이스트(KAIST), 연세대 등을 찾아 "반도체 적자가 큰 상황에서도 인재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면서 인재 확보 의지를 적극 피력했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고려대를 찾아 "미래 인재들인 여러분과 SK하이닉스가 함께한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LG 등은 조직문화 개편, 출산장려책 통해 인재 유치

조직문화 개편, 출산정책 지원 등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포테인먼트, 전자,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연구개발(R&D) 분야의 인재확보를 위해 채용을 상시로 전환했다. IT인재들이 주도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거점오피스,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 조직문화 변화와 함께 수평적인 사내 문화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LG화학도 글로벌 인재 발굴과 유치를 위해 'BC(Business & Campus)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 이어 올해는 일본을 찾아 도쿄대, 도쿄공대, 교토대 등 주요 7개 대학 이공계 석·박사들을 초청해 기업 비전과 R&D현황을 설명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2020년부터 난임치료휴가 제도를 총 3일의 유급휴가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연간 최대 3일의 난임치료휴가 가운데 최초 하루만을 유급휴가로 규정하지만 LG전자는 법이 정하는 것보다 제도를 확대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출산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육아휴직을 최대 2년 제공해 법보다 두 배가량 수혜를 확대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직원들은 일 최대 5시간 내에서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육아기 근무시간 단축제도'도 운영한다. 

재계 관계자는 "초저출산으로 국가 소멸 위기에 놓인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개개인의 국민을 융합형 인재로 키워내는 길 밖에 없다"면서 "AI,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소명의식을 갖고 공학, 인문, 예술, 문화 등 다양한 방면을 포용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의 제도적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