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人터뷰] "채권 투자할 시기 맞지만 '분산 투자' 더 중요해졌다"

2023-11-12 14:28
유재흥 AB자산운용 파트장 인터뷰

유재흥 AB자산운용 파트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식보다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는 분명 맞지만 분산 투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채 금리가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발언에 의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적기를 찾기보다는 자신이 장기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유재흥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파트장의 의견이다.

유 파트장은 "큰 틀에서 보면 연준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이 정점을 찍고 하락, 성장률도 어느 정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금리 하락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흥 파트장은 포트폴리오 전략 중 하나로 '분산전략'·'바벨전략'이 장기적으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투자 시장을 보면 국가별, 섹터별로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다시 '분산투자'로 돌아가 국가·주식·국채를 골고루 담고 채권시장 내에서도 국채와 크레딧(회사채)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 시장에 적기는 없다는 것이 유 파트장의 지론이다. 그는 "매번 지금이 투자에 적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명제 자체가 틀렸다"며 "타이밍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투자 시장에 들어갈 시기인지 여부를 논의할 게 아니라 채권,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지가 가장 필요한 때"라며 "그래야 투자자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고 자산을 지키기에 용이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재흥 AB자산운용 파트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채권 투자 시기는 맞지만 특정 섹터에 쏠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채권 투자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은 맞지만 누구는 하이일드에 투자하라, 장기채나 초장기채에 투자하라는 등 채권 시장에서도 특정 섹터 혹은 특정 자산에 집중하는 얘기만 한다"며 "이 말을 듣고 국채 금리가 한창 많이 올랐을 때 들어간 투자자들은 현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데, 채권, 채권 중에도 특정 섹터에만 투자한다면 하락장에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유 파트장은 "채권 투자 시 만기를 다변화했다든지, 하이일드 등 다른 섹터에 투자했다면 현재 하락장이더라도 감내가 가능하다"며 "하이일드 채권 지수는 여전히 플러스 성과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점보다는 투자자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유 파트장은 말한다. 그는 "호경기에 들어갔다고 한들 이보다 더 초반인 턴어라운드에 들어갔을 때가 밸류에이션 평가 측면에서는 더 좋다"며 "불경기에 투자를 했다고 한들 이미 선반영된 상태라면 큰 손해는 입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 시점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장기적으로 이 정도 혹은 그 이상의 금리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는가"라며 "현 변동성을 감수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 시점상 듀레이션은 길게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유 파트장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채만 놓고 보면 장단기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상태"라면서 "투자자들이 국채를 통해 위험을 헤지하고 싶어 하는 만큼 초장기채로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듀레이션 한 단위당 자신이 얻는 보상을 생각하면 오히려 중기채들이 훨씬 이득이 많다"며 "크레딧 분에서는 등급과 상관없이 금리가 12%대(BBB급)까지 올라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재흥 파트장은 투자 시장에서 타이밍을 맞힐 수 있는 달인은 없다고 단언했다. 유 파트장은 "투자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어언 25년이 됐다"며 "이전에는 타이밍과 종목을 맞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장기 투자'라는 투자 원칙은 불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